사우디, 카타르 전방위 고립…교통·물류·금융·언론 차단
UAE, 카타르에 "신뢰 복원 보증하는 로드맵" 요구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카타르와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가 카타르를 지정학적 우세를 내세워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고립시키고 있다.
카타르는 이슬람 종주국이자 아랍권의 '큰 형님' 격인 사우디의 강경한 공세에 사태 해결을 강조하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일(현지시간) 국영 항공사 사우디아항공의 카타르행 노선 운항을 금지하고 카타르 항공사의 사우디 영공 통과를 차단했다. 6일엔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의 사우디 내 영업허가를 취소하고 48시간 이내에 사우디에서 철수하라고 명령했다.
카타르 항공사는 단교에 동참한 아랍에미리트(UAE), 이집트, 바레인의 영공도 이용하지 못하면서 이란 영공으로 우회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동시에 카타르와 맞닿은 국경을 닫아 육상 수송로를 막았다. 삼면이 바다인 카타르는 이 국경을 통해야만 육로로 식품과 건축자재 등을 수입할 수 있다.
사막 기후인 탓에 농산물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카타르에선 수입농산물 공급이 막히는 상황을 우려한 시민들의 사재기 사태가 벌어졌다.
카타르로 왕래하는 선박의 사우디, 바레인, UAE 영해 통과도 금지됐고, 이들 국가의 항구에 정박한 카타르 회사나 개인 소유의 선박에 신속히 떠나라고 통보했다. 카타르행 선박은 이 때문에 걸프 해역의 좁은 공해만을 통과할 수 있다.
카타르와 노르웨이가 합작한 알루미늄 정련회사 카탈룸도 평소 이용했던 수출항인 UAE 두바이의 제벨알리 항구 입항이 6일 오전 거부됐다고 발표했다.
이웃 국가의 항구와 공항을 이용할 수 없게 되면서 수출입 비용이 증가해 결국 카타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그간 카타르의 주 수출품목인 액화천연가스(LNG), 화학제품을 실은 선박은 UAE 푸자이라항에서 연료를 채운 뒤 인도양을 거쳐 장거리로 항해했다. 카타르산 원유는 수출량이 적어 UAE나 사우디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함께 이용했지만, 이 방식이 유지될 지도 불투명해졌다.
로이터통신은 사우디와 UAE의 시중 상업 은행이 6일부터 카타르의 은행과 신용장 개설 등 거래를 유보했다고 보도했다.
UAE와 바레인 중앙은행은 국내 은행에 카타르 측과 거래 명세를 6일까지 보고하라고 지시했다고 이 매체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사우디는 카타르 정부 소유 위성채널 알자지라 리야드 지국의 보도 허가를 5일 취소했고, UAE는 6일 카타르의 스포츠채널 beIN의 송출을 금지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외교담당 정무장관은 6일 트위터에 "카타르는 돈과 언론, 당파성, 극단주의에 의존한다. 카타르가 깨진 신뢰를 복원하려면 이를 보증할 수 있는 로드맵(향후 계획)을 내놔야 한다"면서 카타르의 선택을 요구했다.
걸프 수니파 왕정이 경계하는 무슬림형제단, 하마스 등 이슬람주의 정파와 이란과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이에 카타르 외무부는 6일 사우디 등 아랍권 국가의 단교에 대응해 상황을 악화하는 보복성 조치를 할 뜻이 없다면서 "우리는 이번 불화가 대화 테이블에서 해결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쿠웨이트가 단교 사태에 중재자로 나섰다.
쿠웨이트 군주 셰이크 사바는 6일 오전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에게 전화해 사우디 등의 단교 선언에 공개 대응하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자신이 사태 해결에 나서겠다는 뜻을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셰이크 사바가 이날 사우디를 긴급 방문해 살만 사우디 국왕을 만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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