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유전자 편집을 거친 혈액을 재수혈함으로써 혈액암인 백혈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제시됐다.
7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 과학자들은 백혈병의 가장 흔한 형태인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LL) 환자에게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재설계된' 환자 자신의 혈액을 재수혈한 결과 6개월 후 9명의 환자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는 환자 골수에서 백혈병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CAR-T 요법으로 불리는 새로운 접근법은 환자 개인의 특성을 고려한 것으로 기존 경구용 투약제인 이브루티닙을 6개월간 투여했을 때 별 효과가 없었던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행됐다.
이브루티닙은 백혈병을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많은 환자가 백혈병을 오랫동안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연구를 주도한 미 펜실베이니아대의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유전자 편집 기술이 의사들이 백혈병 초기 치료법으로 이 방식을 처방해야 할 만큼 유망한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번 연구의 제1 저자인 사르 질 교수는 "(백혈병이)다시는 재발하지 않을 만큼 환자들이 심도 높은 치유를 보인 점이 희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시카고에서 열린 미 임상종양학회 회의에 제출됐다.
유전자 이식기술은 T세포 항원 수용체(CAR)로 알려진 단백질을 시용해 환자로부터 떼어낸 세포가 암세포를 겨냥해 죽이도록 가르치는 것으로 CAR은 위험한 암세포의 단백질에 달라붙게 된다.
이른바 '헌터'(사냥꾼) T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들은 시행 직후 '시토킨 분비증후군'으로 불리는 감기 유사 증상 등 부작용도 미미한 수준이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영국의 경우 매년 CLL로 인해 1천여 명이 사망하고 있다.
영국의 자선 혈액암 연구기구인 블러드와이스의 앨러스데어 랜킨 소장은 이번 연구 결과 CAR-T 요법과 이브루티닙을 함께 사용할 경우 일부 치료에 내성을 보이는 환자들에 유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명백하게 아주 유망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소규모의 이번 연구 결과가 '아주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의 궁극적인 목표는 평생 이브루티닙의 복용에 의존하는 대신 유전자 이식기술을 이용해 백혈병을 치유하는 것이나 연구자들은 더욱 복합적인 백혈병을 지닌 환자들의 경우 일단 건강한 T세포를 길러내기 위해 일정 기간 경구 투약을 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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