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동물원'이 환기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

입력 2017-06-07 14:11  

'미술관 동물원'이 환기하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

서울대미술관 기획전 7일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올해 1월 타계한 영국 평론가이자 소설가인 존 버거는 저서 '본다는 것의 의미'에 삽입한 글 '왜 동물들을 구경하는가'에서 "산업화 이후 동물은 사라졌다"고 선언했다.

우리 일상에서 사라진 동물들은 대신 애완동물이 되거나 동물원에 갇히거나 실험대상으로 전락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미술관에서 7일 개막한 전시 '미술관 동물원'은 다양한 동물을 미술관으로 불러들여 현대사회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지하 1층에 설치된 거대한 뼈대의 형상은 김기대의 '기린'(2017)이다.

전설 속 동물인 기린이 어느 날 발굴됐다고 가정한 작가는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을 법한 모습을 재현했다.

이를 통해 성스런 대상마저 발굴해 그 뼈를 박물관에 전시하는, 인간중심주의적인 사고를 꼬집는다.






유화 '연극이 끝난 후'(2015)를 비롯한 노충현의 작품들은 인공적인 공간인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사라진 풍경을 담아냈다.

대상은 사라진 채 사다리, 타이어, 훌라후프, 공 등 조련 도구들만 덩그러니 남은 동물원의 모습은 보는 이에게 답답함과 압박감을 안긴다.

이 밖에 닭이 되지 못한 병아리와 로드킬을 당한 새 등 동물의 내장과 피부를 형상화한 이선환 작가의 작품과 검은 비닐봉지를 소재로 동물을 만들어낸 이동헌의 작품, 동물 박제를 본뜬 박찬용의 조각 등이 눈길을 끈다.

정영목 서울대미술관 관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생태학적 입장에서 다시 들여다봤으면 하는 바람과 아이들이 인간을 넘어 동물까지 포함한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기획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8월 13일까지. 문의는 ☎ 02-880-9509.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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