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 소리 없이 확산

입력 2017-06-08 07:00  

일본서 '무언(無言) 접객 서비스' 소리 없이 확산

운전사가 먼저 말 걸지 않는 '침묵 택시' 이용자들 호평

점원이 일절 말 걸지 않는 "침묵의 접객" 의류업체도 등장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승객이 목적지를 말하고 요금을 지불할 때 꼭 필요한 말 외에는 내릴 때까지 운전사가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택시", "매장 입구에 비치된 특정 색깔의 장바구니를 들고 장을 보는 고객에게는 종업원이 '어서 오세요' 등의 인사말을 건네거나 특정 물건을 권하는 조언 등을 일절 하지 않는 의류 가게"

"무언(無言)의 접객 서비스"로 불리는 이런 서비스가 일본에서 소리 없이 확산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의류 기획·제조업체 어반 리서치는 5월부터 '침묵의 접객 서비스'를 시험적으로 도입했다.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사표시로 간주되는 쇼핑백(장바구니)을 매장 입구에 비치해 놓고 이 쇼핑백을 들고 물건을 고르는 고객에게는 점원이 인사말을 건네거나 특정 물건을 권하는 등의 말을 일절 걸지 않는 서비스다.

고객은 회사 로고가 들어간 청색 백에 사고 싶은 상품이나 입어보고 싶은 의류를 골라 담으면서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다.

회원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자기 페이스로 물건을 사고 싶으니 (점원이) 말을 걸지 않았으면 좋겠다"거나 "(점원이 말을 걸어오면) 긴장한다"는 의견이 단골을 중심으로 의외로 많이 나온 게 '침묵의 접객 서비스'를 도입한 직접적인 계기다.

실제로 "말을 걸 필요 없는 쇼핑백"을 도입한 결과 점원들이 바쁜 시간에도 조언을 요청하는 고객 접대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터넷에서는 이런 서비스에 대해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이 회사는 여론 추이를 분석해 "말을 걸 필요 없는 쇼핑백" 도입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교토(京都)에서는 시내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손님이 창밖을 응시하는 택시들이 눈에 띈다. 외견상 다른 택시와 차이가 없지만 타 보면 조수석 목 받침대에 "승무원이 말 거는 걸 자제합니다"라는 글이 적혀있다. 고객이 먼저 말을 걸지 않는 한 운전자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이른바 "침묵 택시"다. 이 택시는 목적지를 묻거나 요금을 지불할 때 꼭 필요한 말 외에는 손님에게 운전사가 먼저 말을 걸지 않는다.

이 서비스를 시작한 건 교토시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都)택시"다. 전사원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말하는 자리에서 한 사원이 "승객이 정말 차내에서 대화하고 싶어 할까"라며 의문을 제기한 게 계기가 됐다. 요즘은 승차 중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단말기를 조작하는 손님도 많아 운전사와의 대화를 번거롭다고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교토 시내에는 이런 택시가 하루 10대 정도 영업하고 있다. 사내 반응은 엇갈린다. 뛰어난 말솜씨로 교토를 안내하는 걸 "접대"로 생각하는 고참 운전사가 있는가 하면 자신이 손님으로 택시를 이용할 때는 조용히 있고 싶다는 의견도 있다고 한다. 회사 측은 손님들이 택시 안에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기 원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시험적으로 "침묵 택시"를 도입했다.

NHK가 사측의 양해를 얻어 택시 안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이틀간 집중 취재한 결과 승객들은 호의적인 반응이 많았다.

퇴근길에 택시를 탔다는 한 남성 고객은 운전사에게 목적지를 말한 후 내내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 요금을 지불할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택시에서 내릴 때 기자가 감상을 묻자 "차 안에서 회사 업무회의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며 '침묵 택시'를 호의적으로 평가했다.

도쿄(東京)에서 출장 왔다 침묵 택시를 이용한 젊은 여성은 승차 직후 스마트폰에 집중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스스로 운전사에게 말을 걸었다. '침묵 택시'도 손님이 말을 걸면 운전사는 상냥하게 응한다. 여성 손님이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곳을 묻자 운전사는 맛있다고 자부하는 라면 가게 들이 몰려있는 교토의 인기 식당가를 소개했다. 이 여자 손님은 "기분에 따라 이야기하고 싶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쪽에서 묻자 바로 상냥하게 대답해줘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운전자에게 감상을 묻자 "말하기 싫어 입을 다물고 있는 게 아니라 어디까지나 손님에게 쾌적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며 "양쪽 모두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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