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한국과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지정된 북한의 고려항공이 항공권 판매와 택시회사 운영에 이어 최근에는 식품유통 분야에까지 진출하는 등 사업영역을 대폭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7일 이 매체가 입수한 고려항공 제품 사진을 공개하며 고려항공이 식품 사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고 소개했다.
NK뉴스가 공개한 사진은 지난 3월 평양 고려호텔에서 판매되는 꿩고기 통조림을 촬영한 것으로, 통조림에는 '고려항공'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하지만 통조림 아랫부분에 '보통교식료공장'이라는 제조업체 이름이 명시된 점으로 미뤄 고려항공은 자사의 브랜드를 이용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된 제품을 넘겨받아 유통에 치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NK뉴스는 지난 2월 고려항공 로고가 새겨진 탄산음료와 담배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사진에 따르면 '탄산단물'이라는 이름의 캔 음료에는 고려항공 로고와 함께 '고려항공 음료공장'이라는 제조업체 이름이 새겨져 있었으며, '항공'이란 이름의 담배에는 제조사가 따로 명시되지 않았다.
고려항공은 몇 년 전부터 항공기 이용 승객을 위해 평양 시내와 평양국제공항을 오가는 택시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K뉴스는 "현재 고려항공 택시는 평양시민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좋은 택시"라고 보도했다.
한 평양 소식통은 고려항공이 유제품 등 가공식품과 건설 분야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전했다.
고려항공은 북한의 유일한 항공사로, 김정은 체제 들어 국제노선은 물론이고 여러 개의 국내 정기노선도 개설해 운항 중이다.
이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고려항공' 브랜드는 잘 알려졌고, 신뢰도도 비교적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항공의 지속적인 사업확장은 이 같은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북한에서 시장화의 진전으로 공장 가동률이 높아지고 북한산 제품의 공급이 늘어나면서 제품 간 경쟁이 치열하다"며 "고려항공 브랜드를 업고 제품을 판매하려는 공장과 새로운 수익구조를 창출하려는 고려항공이 손을 잡은 형태"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고려항공이 자본주의 시스템의 재벌을 모방해 문어발식 사업확장을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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