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사업면적부터 다시 설정 가능성…'투명성'에 초점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국방부가 주한미군 측과 경북 성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부지 사업면적을 설정하는 작업부터 다시 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사드 부지에서) 전략환경영향평가가 먼저 돼야 한다"며 "전략환경영향평가 과정이 생략됐고 환경부와 협의해야 하는데 전혀 협의가 안 된 상태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로 결정하고 시행돼 버렸다"고 지적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주변 환경에 미칠 영향을 평가하는 것으로, 사업 승인 전(前) 단계에서 이뤄진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을 시행할 부지 취득을 앞두고 하는 것으로, 이미 부지가 확보된 단계인 사드 배치 사업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그동안 국방부의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청와대 고위 관계자의 언급은 사실상 사드 부지를 설정하는 작업부터 다시 하라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국방부는 주한미군에 공여한 사드 부지 면적은 32만여㎡이고 이 가운데 시설 공사를 하는 사업 면적은 10만㎡ 미만으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청와대는 국방부가 작년 11월 25일 작성한 보고서에서 주한미군에 공여할 전체 부지를 70만㎡로 잡고 이 가운데 32만여㎡를 먼저 넘겨준 다음 2차로 나머지 부지를 공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사업 면적이 33만㎡ 미만인 부지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한미군에 넘겨줄 부지를 인위적으로 쪼갰을 것이라는 의심을 낳는 대목이다.
청와대는 한미 군 당국이 1차 공여 부지 면적을 인위적으로 축소하면서 사드 발사대 배치 계획도 변경한 정황을 포착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처음에는) 발사대 위치가 달랐다"며 "11월 데이터를 보면 발사대가 70만㎡ 전체에 있는데 계획이 1, 2단계로 나눠지고 부지 공여일이 바뀌면서 U자형 말발굽 모양의 부지로 확정되고 그 안으로 (발사대가) 다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사드 부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이어 일반 환경영향평가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게 된다. 사드 부지를 70만㎡로 설정할 경우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와는 달리 공청회와 같은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포함돼 최소한 1년은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드의 완전 가동 시점이 그만큼 늦춰져야 한다는 얘기다.
청와대 관계자도 미군이 괌의 사드 기지에서 수행한 환경영향평가에 23개월 걸린 점을 상기시키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국내 미군기지에 보관 중인 사드 발사대 4기에 관해 "환경영향평가 진행 과정에서 추가로 배치돼 실제적으로 가동하기는 어렵지 않겠나"라며 사드 부지 반입 시점이 늦춰질 것을 시사했다.
청와대의 입장은 사드 배치 과정의 '적법성'보다는 '투명성'에 초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국방부는 사드의 사업 면적이 10만㎡ 미만이라는 점 등을 들며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군사 보안을 이유로 극도로 비밀리에 추진해온 게 사실이다.
국방부가 당초 주한미군에 70만㎡의 토지를 넘겨줄 계획이었고 1차로 공여한 부지가 거꾸로 된 U자형이라는 사실도 청와대 설명을 통해 처음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부지에 대한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를 지시할 때 굳이 '적법한'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은 것도 적법성 못지않게 투명성에 비중을 뒀다는 분석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대선 때부터 대통령이 누누이 말했지만, 사드 배치 절차적 투명성과 국회 동의 두 가지를 거의 수십 차례 말한 것 같다"며 사드 배치 절차의 투명성을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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