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조사서 혐의 전면 부인, 9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프랑스 도피 3년 만에 범죄인인도 절차에 따라 강제송환된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사망)의 장녀 섬나(51)씨의 구속영장이 8일 청구될 전망이다.
인천지검 특수부(김형근 부장검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프랑스에서 체포해 강제송환한 유씨를 7일에 이어 이틀째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전날 조사에서 유씨를 상대로 '모래알디자인'의 컨설팅비용과 관련해 집중적으로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씨는 검찰 조사에서 "실제로 디자인 컨설팅을 해주고 돈을 받았다"며 '허위 거래'로 관계사 자금을 챙겨 빼돌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그는 전날 오후 4시께 특수부 검사실에서 2차례 변호인을 접견한 뒤 오후 6시 50분부터 오후 11시 10분까지 4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조사가 끝난 뒤에도 1시간 넘게 피의자신문 조서를 꼼꼼하게 검토한 후 자정이 넘어 인천구치소에 구금됐다.
검찰은 유씨가 전날 조사를 마친 뒤 장시간 비행에 따른 피곤함을 호소한 점을 고려, 이날 오전 10시부터 조사할 계획을 늦춰 오후부터 다시 조사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유씨는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디자인업체 '모래알디자인'을 아버지인 유 전 회장의 측근 하모(61·여)씨와 공동 운영하는 과정에서 관계사인 '다판다'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40여억원을 받아 챙겨 다판다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의 지시를 받은 하씨는 당시 다판다 대표를 만나 "유섬나의 뜻이니 모래알디자인에 매달 디자인컨설팅비 명목으로 8천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씨는 유씨의 독촉으로 10여 일 동안 수시로 다판다를 찾아가 같은 요구를 반복했고 결국 강제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유씨는 또 하씨를 관계사인 주식회사 세모의 대표에게도 보내 건강기능식품의 제품 포장 디자인에 대한 상시적인 컨설팅을 해주겠다며 67차례 총 43억원을 요구해 받아 챙겼다.
검찰은 유씨가 모래알디자인의 자금을 빼돌리는 과정에서 수억원의 조세를 포탈한 혐의도 조사하고 있다.
또 2011년 유병언의 사진 작품을 제작한 미국 아해 프레스(AHAE PRESS)INC의 해외사업에 필요한 초기 자금을 마련하고자 여러 계열사로부터 사진값 선급금 명목으로 수백억원을 지원받은 혐의에 관해서도 확인하고 있다.
앞서 검찰 호송팀은 한국과 프랑스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3년 만에 유씨의 강제송환이 확정되자 7일 파리 샤를 드골 공항 내 한국행 대한항공 KE902편 여객기에서 신병을 넘겨받아 체포했다.
애초 유씨의 횡령·배임 혐의 액수는 2014년 검찰이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공개한 492억원으로 알려졌으나 한국·프랑스 간 범죄인인도 조약에 따라 40억원대로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해당 조약 15조(특정성의 원칙)에 따르면 범죄인인도 청구국은 인도 요청 시 피청구 국에 제시한 범죄인의 체포 영장에 적힌 혐의 외 추가로 기소할 수 없다.
이에 따라 2014년 5월 유씨의 체포 영장에 포함됐던 컨설팅 용역비용 91억원 외 나머지 다른 관계사들로부터 유 전 회장의 사진 작품 선급금 명목으로 받은 400여억원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국과 프랑스의 횡령 혐의 공소시효가 달라 91억원 중 세모와 관련한 컨설팅비 횡령·배임액 43억원도 기소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만약 검찰이 유씨의 사진 작품 선급금 부분과 세모 관련 횡령·배임 혐의를 추가해 기소하려면 프랑스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검찰이 이날 오후 늦게 유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9일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체포 영장 시한(48시간)이 촉박해 오늘도 신속히 조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피의자의 건강 상태도 고려하며 충분히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o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