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삼성전자 6분의 1…'이대론 경쟁 무의미' 돌파구 모색
보조금 투명화엔 긍정적…해외시장 협상력 축소·유통망 반발 우려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채새롬 기자 = 물밑 보조금 경쟁에 신음하던 이동통신시장이 LG전자[066570]의 '분리공시 도입' 주장이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분리공시는 제조사와 이동통신사가 휴대전화 구매 고객에게 주는 지원금을 각각 구분해 공개하는 제도다. 현재는 제조사 지원금을 이통사 지원금에 포함해 공시하고 있다.
LG전자는 한발 더 나아가 기존 공시 대상에서 제외됐던 판매 장려금까지 분리공시 대상에 포함했다. '소비자 혜택 확대와 시장 투명화'라는 명분이었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업계에서도 이해득실에 따라 찬반이 엇갈리는 데다 수만 개의 이통 대리점 '밥줄'과 연계돼 있어 분리공시제가 실제 시행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 LG전자 강공 전환…"지원금에 장려금까지 분리공시하자"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말 방송통신위원회에 "고객에게 주는 휴대전화 지원금뿐 아니라 유통망에 주는 판매 장려금까지 제조사와 이통사의 재원을 나눠 공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분리공시 대상을 지원금뿐 아니라 판매 장려금까지 확대한 셈이다.
흔히 '리베이트'로 불리는 판매 장려금은 제조사와 이통사가 유통점에 마케팅 비용 명목으로 지급한다. 유통점은 장려금에서 일부 마진을 뗀 뒤 고객에게 지원금으로 제공한다.
현재는 지원금만 제조사와 이통사 재원을 구분하지 않고 공시되고, 장려금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다.
현행 방식의 지원금 공시는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에 따라 도입됐다. 2014년 법이 마련될 당시에는 제조사와 이통사 지원금을 각각 공시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막판 심의 과정에서 "마케팅 비용 노출"이라는 제조사의 반발로 무산됐다.
이후 여러 차례 분리공시 도입을 담은 단통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도입 논의는 분리공시를 공약으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LG전자가 전면 도입에 찬성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 속내는 '리베이트 경쟁 열세…신제품도 순식간에 찬밥'
LG전자가 지원금뿐 아니라 장려금(리베이트)까지 분리공시 대상에 포함한 배경에는 스마트폰 사업의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3월 출시된 프리미엄폰 G6가 시장의 기대를 밑도는 성적을 내면서 절치부심하고 있다. G6의 부진에는 리베이트가 좌우하는 국내 이동통신시장 환경이 한몫했다.
G6는 경쟁작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8이 나오기 한 달 전 출시돼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갤럭시S8 사전 마케팅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1년 전 모델인 갤럭시S7의 실구매가가 크게 낮아지면서 G6의 초반 수요를 흡수했다.
G6가 출시된 후 갤S7의 불법 보조금이 크게 뛰면서 갤S7의 실구매가는 10만원 아래로 떨어졌고, 2015년 가을에 나온 구형 모델인 갤럭시노트5는 사실상 '공짜폰'이 됐다.
G6의 판매량은 출시 초반 하루 1만대 이상에서 순식간에 반토막이 났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유통망에 주는 리베이트를 크게 올리는 방식으로 자사 제품의 실구매가를 떨어뜨려 G6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경쟁사의 신형 제품이 나올 때마다 이런 상호 견제를 되풀이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삼성전자의 전략폰이 나올 때 자사 제품의 리베이트를 올렸다.
삼성전자의 경우 막강한 자금력을 앞세워 경쟁사보다 많은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0월∼2015년 6월 삼성전자가 통신사 대리점에 직접 투입한 리베이트는 2천458억원으로 LG전자(660억원)의 6배에 달했다. 국내 휴대전화 판매량 중 삼성전자가 65∼70%, LG전자와 애플이 각각 15%를 차지하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단말기 당 리베이트 금액은 LG전자보다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와 비교해 삼성전자와 LG전자 간 리베이트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LG전자가 삼성전자의 리베이트 공세를 막아내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휴대전화 사업 실적을 들여다보면 LG전자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은 2015년 2분기부터 8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올해 1분기 LG전자의 전체 매출은 14조6천572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9.7%, 당기순이익은 8천357억원으로 321.9% 각각 증가했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포함하는 MC사업본부는 매출 3조122억원, 영업손실 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난해 매 분기 수천억대의 영업손실을 낸 것과 달리 올해 1분기에는 사업 구조조정 효과로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었다.
◇ 분리공시에 삼성·이통대리점은 반대…시행까지는 진통 예상
분리공시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각종 보조금 경쟁을 투명화하고, 출고가의 거품을 빼는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제조사에는 부정적인 측면이 크다.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늘리는 대신 출고가를 인하하라는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도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지원금이나 장려금을 지급하라는 압력을 받게 될 수 있다.
제조사들은 이미 해외 시장에서 현지 이통사에 프로모션 명목으로 마케팅 비용을 지원해왔다.
해외 이통사들이 한국의 장려금 수준을 근거로 추가 비용을 요구할 경우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분리공시에 따른 마케팅 비용 공개가 글로벌 영업 방식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나라마다 시장 환경이 다르고 프로모션 비용도 다른데 금액을 다 맞춰주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통사의 영향력이 센 미국 시장에서 국내 제조사의 협상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한다"며 분리공시 도입을 반대해왔다.
LG전자의 분리공시 제안이 나온 뒤 삼성전자는 "따로 밝힐 입장이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기존 입장에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이런 부담은 마찬가지로 느끼지만, 경쟁사인 삼성전자의 손발을 묶는 전략으로 분리공시 주장을 들고 나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리베이트 제공에 제동을 걸어 경쟁의 판을 바꿔보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는 처음부터 분리공시 도입을 반대하지 않았다"며 "해외 사업은 별도의 전략을 갖고 하면 되며, 일부 소비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을 막자는 취지에서 분리공시를 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분리공시 도입까지는 진통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조사 간 입장이 엇갈리는 데다 이달 임시국회에서도 추경 예산안과 장관 청문회 등 다른 이슈가 산적해 도입 논의가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재조사로부터 받는 돈을 공개해야 하는 유통점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 관계자는 "유통점으로서는 자신들이 가져가는 마진을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라며 "장려금으로 단시간에 치고 빠지는 고객유치 전략을 구사하기도 어려워 고객유치 과정에서 유통점의 입지가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이통사 역시 마케팅 전략의 노출이란 측면에서 장려금까지 분리공시하는 것은 어렵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 회사는 LG전자와 마찬가지로 경쟁사 견제를 위해 장려금 분리공시를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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