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히트' 정진호의 각오 "다시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입력 2017-06-07 22:58  

'사이클링히트' 정진호의 각오 "다시 2군에 가고 싶지 않다"

역대 23번째이자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 신기록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리그에서 내로라하는 타자들도 평생 한 번 쳐보기 어렵다는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서 타자가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쳐내는 것)를 두산 베어스의 백업 외야수 정진호(29)가 해냈다.

정진호는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홈 경기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2루타-3루타-단타-홈런을 쳐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사이클링 히트가 완성됐을 때가 5회였다. KBO리그 역대 23번째 사이클링 히트가 최소 이닝 신기록까지 덧입는 순간이었다.

이처럼 '초스피드'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한 주인공이 두산의 백업 외야수인 정진호였기에 놀라움은 더욱 컸다. 사실 주전 우익수 박건우가 햄스트링 통증에 시달리지만 않았어도 이날의 대기록은 나오지 않을 뻔했다.

5회말 투런 홈런으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고 팀에 결승점까지 안긴 정진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아직 실감은 나지 않고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얼떨떨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진호는 사이클링 히트에 더해 9-7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으로 이날의 영웅이 됐지만 2회초에는 아쉬운 수비로 하마터면 역적이 될 뻔했다. 1사 1, 3루에서 이지영의 타구를 쫓아가다가 주저앉으며 2타점 2루타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며 "조명에 공이 들어갔다. (선발인) 유희관 형에게 너무 미안했다"고 했다.

하지만 아쉬움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정진호는 이날 사이클링 히트를 포함해 5타수 5안타 2타점 3득점을 올리는 신들린 활약으로 평생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그는 "(박)건우가 아프고, 상대 선발이 사이드암(우규민)이라서 선발로 나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간절한 마음은 언제나 같은데, 오늘은 운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그는 5회 타석에서 홈런을 의식하지 않았느냐는 말에는 "4번째 타석 때 홈런을 치면 사이클링 히트겠다는 생각은 있었다. 하지만 의식은 하지 않았다. 내가 홈런 타자가 아니라 홈런 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맞는 순간에는 속으로 '넘어가라, 넘어가라'고 많이 외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진호는 올 시즌 두 차례나 2군으로 내려갔다.

2군에서 복귀한 지 이틀 만에 대기록을 달성한 그는 "다시 2군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올라왔다. 야구는 잠실에서 해야 재미있다"며 "2군에서는 기록을 의식하기보다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는 데 주력했다. 마지막 경기 때 느낌이 괜찮았는데 그런 느낌으로 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이날 경기에 임한 각오를 소개했다.

상무 동기이기도 한 삼성의 우익수 구자욱으로부터 홈런볼을 얻게 된 정진호는 "매니저님이 홈런공이 있다고 해서 어떻게 왔나 싶었는데 (구)자욱이가 센스가 있다"며 미소를 지은 뒤 "자욱이와 밥을 먹기로 했는데 맛있는 걸 사줘야 할 것 같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정진호는 대기록 달성의 기쁨은 하루로 충분하다고 했다.

그는 "오늘은 오늘로 잊어야 할 것 같다. 내일도 더욱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각오를 보였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타자들이 기회에서 계속해서 좋은 집중력을 보여주고 있다. 불펜 투수들이 전날 실점을 했지만, 오늘은 잘 막아줬다. 앞으로도 잘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정진호의 사이클링 히트 달성을 축하한다. 오랜만에 선발로 나왔는데 정말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박수를 보냈다.

changy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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