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매가격도 현실 미반영…"토종닭 씨 마를라"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닭 3마리는 친구와 같아요. 병아리 때부터 10개월째 함께 생활하는데, 죽인다고 하니…"
전북 순창군에 사는 김모(40)씨는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조기 차단을 위해 100마리 미만 사육농가의 가금류를 모두 수매해 도태하기로 하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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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고병원성 AI가 모두 대규모 사육농가였음에도 정부가 "이번 AI는 관리 사각지대인 소규모 농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수매 도태는 정부 기관이 각 농가로부터 닭이나 오리를 실거래가로 사들여 도살한 뒤 인근 경로당 등에 음식으로 제공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비축해놓는 방식이다.
김씨는 "우리가 키우는 닭은 아무런 이상 증세도 없는 건강한 토종닭이고, 오히려 암탉들은 계란도 쑥쑥 잘 낳는다"며 "그런 닭을 죽인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작년에 귀농한 그는 "마을과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귀농 초기에는 동네 사람들과 친분도 없어 닭들이 유일한 위안거리여서 지금껏 벗처럼 지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특별히 놀 거리가 없는 시골 마을이어서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기가 바쁘게 닭장에 가서 모이를 주고 안아주며 놀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매가도 덜 익은 정책 추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시세대로 수매한다고 밝혔지만,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에서 가든을 운영하는 박모(66)씨는 "닭 농장에서 마리당(큰 닭 기준) 2만2천원에 사 와서 백숙을 만들어 4만5천원에 팔고 있다"면서 "정부가 절반을 웃도는 1만2천∼1만3천원으로 수매가를 책정한 것은 턱없이 낮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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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5천400여 도내 소규모 농가 중 수매 도태에 응한 곳은 8일까지 148 농가로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씨는 "이런 식으로 소규모 농가의 토종닭까지 말살하는 정책을 강행하면 결국 우리 재래종은 씨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한 토종닭을 도태시키는 손쉽고 무리한 대책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방역 당국은 "농촌에서는 관상용이나 반려용 등으로 닭을 키우는 경우가 있는 것을 잘 안다. 단순히 돈 몇 푼으로 값을 매길 수 없지만, AI의 확산 방지를 위한 궁여지책인 만큼 수용해달라"면서도 "강제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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