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같은 닭을 죽여야 한다니…" 닭 농가 도태방침에 볼멘소리

입력 2017-06-08 16:03   수정 2017-06-08 17:12

"친구 같은 닭을 죽여야 한다니…" 닭 농가 도태방침에 볼멘소리

수매가격도 현실 미반영…"토종닭 씨 마를라"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닭 3마리는 친구와 같아요. 병아리 때부터 10개월째 함께 생활하는데, 죽인다고 하니…"

전북 순창군에 사는 김모(40)씨는 정부가 조류인플루엔자(AI) 조기 차단을 위해 100마리 미만 사육농가의 가금류를 모두 수매해 도태하기로 하자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최근까지 고병원성 AI가 모두 대규모 사육농가였음에도 정부가 "이번 AI는 관리 사각지대인 소규모 농가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며 이런 정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진하는 수매 도태는 정부 기관이 각 농가로부터 닭이나 오리를 실거래가로 사들여 도살한 뒤 인근 경로당 등에 음식으로 제공하거나 정부 차원에서 비축해놓는 방식이다.

김씨는 "우리가 키우는 닭은 아무런 이상 증세도 없는 건강한 토종닭이고, 오히려 암탉들은 계란도 쑥쑥 잘 낳는다"며 "그런 닭을 죽인다고 하니 착잡하다"고 말했다.

작년에 귀농한 그는 "마을과 제법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귀농 초기에는 동네 사람들과 친분도 없어 닭들이 유일한 위안거리여서 지금껏 벗처럼 지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특별히 놀 거리가 없는 시골 마을이어서 아이들도 학교가 끝나기가 바쁘게 닭장에 가서 모이를 주고 안아주며 놀고 있다"고 전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수매가도 덜 익은 정책 추진으로 받아들여진다.

정부는 시세대로 수매한다고 밝혔지만,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수에서 가든을 운영하는 박모(66)씨는 "닭 농장에서 마리당(큰 닭 기준) 2만2천원에 사 와서 백숙을 만들어 4만5천원에 팔고 있다"면서 "정부가 절반을 웃도는 1만2천∼1만3천원으로 수매가를 책정한 것은 턱없이 낮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 듯 5천400여 도내 소규모 농가 중 수매 도태에 응한 곳은 8일까지 148 농가로 전체의 3%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김씨는 "이런 식으로 소규모 농가의 토종닭까지 말살하는 정책을 강행하면 결국 우리 재래종은 씨가 남아나지 않을 것"이라며 "건강한 토종닭을 도태시키는 손쉽고 무리한 대책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 방역 당국은 "농촌에서는 관상용이나 반려용 등으로 닭을 키우는 경우가 있는 것을 잘 안다. 단순히 돈 몇 푼으로 값을 매길 수 없지만, AI의 확산 방지를 위한 궁여지책인 만큼 수용해달라"면서도 "강제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icho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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