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가정폭력·가난 속에 친딸처럼 키워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자신도 가정폭력 사건 피해자면서 '가슴으로 낳은 딸이 너무 아프다'며 피 한 방울 섞지 않은 자식 걱정만 하는 엄마입니다"
광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정현희 경장은 8일 지난해 2월 전 남편이 휘두른 흉기에 다치면서 외부에 알려진 A(47)씨와 장애인 의붓딸의 사연을 전했다.
두 아이의 엄마인 A씨는 날이 갈수록 나빠지는 큰딸 건강과 매일 홀로 지내는 중학생 둘째 딸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다.
A씨는 남편이 외도로 낳은 큰딸을 생후 3일째부터 친자식처럼 돌봐왔다.
건강하게 자라던 큰딸은 초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딸은 지난 8년간 자리에서 누워만 지내며 뇌 병변 장애1급 판정을 받았다.
2015년 겨울 남편과 이혼한 A씨는 어려운 가정형편에 홀로 두 아이까지 맡아 키우며 생계를 책임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 큰딸의 병간호를 하느라 다니던 직장도 그만둬야 했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큰돈이 들어가는 큰딸 병원비는 A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응급상황이나 중증상태는 건강보험으로 병원비 일부를 충당했지만 나머지는 A씨가 책임져야 하는 자부담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 남편은 이혼 후에도 돈을 요구하며 A씨를 괴롭혔다.
"죽여버리겠다", "불을 질러버리겠다"는 협박에 시달린 A씨는 딸 병원비 마련도 벅찬 형편에 아파트 보증금을 담보로 1천700만원을 대출받아 전 남편에게 건네기도 했다.
흉기로 A씨를 위협하고 상처를 입힌 전 남편은 결국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을 담당한 경찰은 조사과정에서 알게 된 A씨의 딱한 처지를 외면할 수 없었다.
민관합동 솔루션 회의를 열어 A씨 가정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지만, 생활비 수준의 기금과 위로금 외에는 힘을 더 보탤 수 없었다.
정 경장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너무나 안타깝지만 더 큰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A씨에 대한 도움을 호소했다.
A씨 가족을 돕고 싶은 시민은 광주 광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과(☎ 062-602-3249)로 연락하거나 광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 후원계좌(광주은행 037-107-303142)로 성금을 보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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