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장, 개장 때부터 OB 말뚝 없어
"장타와 과감한 플레이 유도"…경기 진행 시간은 다소 느려져
(남해=연합뉴스) 권훈 기자= 8일 한국프로골프투어(KGT) 데상트 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가 열린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장에는 국내 골프장에서 흔히 보는 흰색 말뚝이 단 한 개도 없다.
흰색 말뚝은 '아웃오브바운즈'(OB) 경계를 알리는 표지다.
선수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OB 한방이면 순식간에 2타 이상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실수를 만회할 기회조차 없다.
티잉 그라운드에서 페어웨이 옆에 OB 말뚝이 줄줄이 꽂힌 광경을 보는 순간 몸과 마음이 다 같이 오그라든다.
장타자는 OB에 대한 공포가 더 심하다.
KGT는 요즘 투어 대회에서 웬만한 OB 말뚝을 없앤다. 코스에 설치된 OB 말뚝 가운데 상당수가 빠른 진행만 겨냥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위험한 지역이나 골프장 부지가 아니면 OB 말뚝을 유지한다. 국내 골프장이 대개 협소한 부지에 산악형이 많아서 아무리 없앤다고 해도 OB 말뚝을 다 없애긴 어렵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장에는 아예 OB 말뚝이 없다.
송병주 KGT 경기국장은 "아예 OB 말뚝이 없는 코스는 처음 본다"면서 "
내가 기억하는 한 OB 말뚝이 하나도 없이 KGT 대회를 여는 것 역시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우스케이프 오너스 골프장에 OB 말뚝이 없는 것은 페어웨이가 넓어서가 아니다. 페어웨이도 넓은 편이 아닌 데다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발목까지 자란 거친 러프, 관목 숲이다.
하지만 최대한 자연경관을 살리고 경기 진행을 위한 인위적인 OB 말뚝은 없어야 한다는 골프장 측 철학에 따라 OB 말뚝은 문을 열 때부터 없었다.
OB 말뚝이 없으니 볼이 그런 지역에 떨어져도 찾아서 쳐야 한다. 따라서 경기의 박진감과 의외성이 더 높아진다고 송 국장은 설명했다.
지민기 KGT 경기위원은 "장타를 치는 선수는 OB에 대한 두려움없이 공격적인 플레이를 펼칠 수 있고 OB 구역이나 다름없는 나쁜 라이에서도 과감하게 그린을 공략하는 선수도 나타날 것"이라며 "극적인 상황이 더 많이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64강전을 통과한 윤정호(26)는 "OB 말뚝이 없다는 게 좋은 면도 있지만 나쁜 라이에서도 공을 쳐야 한다는 점에서 더 난감할 때도 있다"면서 "하지만 OB 구역 없는 골프장이 훨씬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때는 차라리 OB였으면 하는 경우도 있겠다"며 웃었다.
송기준(30)은 "OB가 없으면 공격적인 플레이, 과감한 플레이가 나온다"면서 "앞으로 경기가 거듭될수록 흥미진진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OB가 없으니 페어웨이를 벗어나면 공을 찾는 시간이 소요돼 전체적인 경기 진행이 다소 느려지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다.
kh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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