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기자 = 지난 2001년 '렉스턴'으로 사실상 국내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시장을 처음 열었던 쌍용자동차가 무려 16년여 만에 후속작 'G4 렉스턴'을 내놨다.
법정관리 등 우여곡절을 거치는 동안 기아 모하비와 포드 익스플로러 등 수입차에 대형 SUV 시장을 빼앗긴 쌍용차로서는 '절치부심' 끝에 내놓은 야심작이다.
지난 7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시승 행사장에서 만난 G4 렉스턴의 첫인상은 '크지만 평범했다'는 것이다.
실제 수치를 보자면 전장(4천850㎜)은 경쟁 차종 모하비(4천930㎜)나 익스플로러(5천40㎜) 등보다 짧다.
그러나 전폭(1천960㎜)이 모하비(1천915㎜)보다 넓고, 전고(1천800㎜)가 익스플로러(1천775㎜)보다 높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덩치' 측면에서 결코 밀리지 않았다.
하지만 렉스턴의 '외모'는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무난한 디자인에, 헤드램프 등의 경우 얼핏 보면 지난 1월 중순 출시된 중국산 SUV '켄보600'과도 닮아 보였다.
렉스턴의 디자인에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완벽한 비율이 담겨 있고, 구매자의 32%가 디자인을 보고 골랐다는 게 쌍용차의 설명이니, 기자의 개인적 느낌일 수도 있다.
스타트 버튼으로 시동을 켜자 디젤 엔진답지 않게 공회전(아이들·Idle) 상태에서 큰 진동과 소음 없이 정숙하고 부드러웠다. 액셀과 브레이크는 다소 민감하다 싶을 정도로 반응이 빨랐다.
자유로에서 속도를 100㎞ 넘게 올려봤지만, 차체가 불안하거나 시끄럽지 않았다. 탄탄한 4중 구조의 차체 뼈대(쿼드 프레임), 큼직한 20인치 휠의 효과와 풍절음(wind noise)을 잡기 위해 사이드미러에 홈을 파고, 차 문 손잡이의 열쇠 구멍까지 없앤 연구·개발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다만 고속 주행에서 '힘이 넉넉하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렉스턴에 얹힌 직렬 4기통 'e-XDi220' 엔진은 최대 출력 190/3천800(hp/rpm), 최대토크(바퀴를 회전시키는 힘) 42.8/1천600~2천600(㎏·m/rpm) 정도다.
출시 당시 G4 렉스턴이 경쟁 상대로 꼽은 모하비와 익스플로러가 모두 6기통 엔진을 사용하고, 최대 출력이 260~290 마력(hp)인 것과 비교하면 다소 '작은 심장'을 가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내 지형에 산지가 많고 교통 체증이 잦아 실용 구간(rpm 1천600~2천600)에서 최대 토크(42.8 ㎏·m)를 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쌍용차의 설명대로, '다운사이징(엔진 소형화)' 전략이 일반 주행 상황에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G4 렉스턴에서 가장 흥미롭고, 유용한 기능은 운전자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네 바퀴를 다 굴릴 수 있는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이었다.
국도에서 뒷바퀴 2개만 사용해 달리다가 오프로드(비포장 도로) 코스에 들어서 기어 옆 다이얼로 '4륜 구동(4WD)'을 선택하자 바퀴가 단단하게 땅을 움켜잡는 느낌이 들었다.
쌍용차는 G4 렉스턴을 '대형 정통 프리미엄 SUV'로 소개했지만, 종합적으로 외형이나 엔진 출력, 평범한 유광 플라스틱 내장재 등 탓에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는 다소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영리한 4륜 구동 시스템, 거의 1m(975㎜)에 이르는 넉넉한 뒷좌석 여유 공간(레그 룸), 동급 최다 9개 에어백, 4중 쿼드 프레임 등을 고려할 때 가족과 함께 안전하게 야외를 누비기에 무난한 '대형 정통 SUV'로서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경쟁 차종보다 800만~2천만원이나 싼 가격대(3천300만원~)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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