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채찍과 당근' 동시에…단호한 경고속 "다른 길 있다"

입력 2017-06-08 19:45   수정 2017-06-08 20:48

文대통령 '채찍과 당근' 동시에…단호한 경고속 "다른 길 있다"

첫 NSC 주재 "엄중성 반영"…"고립과 경제난관 뿐" 北태도변화 촉구

"비핵화 의지 보이면 지지와 협력"…압박-대화 '투트랙' 기조 유지

'北도발하면 경고' 틀에 박힌 대응 재검검…靑 "다른 방법 찾아보자는 것"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8일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에 전례없이 강경한 메시지를 발신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취임 한달째인 8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처음으로 주재하면서 "우리 정부는 국가안보와 국민안위에 대해 한 발짝도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을 것을 천명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거듭하고 대화의 장을 회피하고 있는 데 대해 공식 '경고장'을 보냈다는 풀이가 나온다.

다시 말해 북한의 반복되는 위협을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한편 나아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대책과 대북 압박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문 대통령이 이날 NSC 첫 전체회의를 소집한 '명분'은 북한이 동해상으로 순항미사일을 발사한 것이었다. 새 정부 출범 후 북한은 이날까지 5차례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청와대는 안보실장이 주재하는 NSC 상임위를 3차례 열어 대응을 해왔다.

지난달 27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이른바 '북한의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지대공 유도미사일 발사로, 요격시험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청와대는 NSC를 열만큼 위협적인 도발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군도 이 요격시험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문 대통령의 NSC 전체회의 소집은 그만큼 북한의 거듭된 미사일 도발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인내'가 임계점을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행보로 볼 수 있다. 최고 단위의 안보 협의체를 군 통수권자가 직접 소집했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대북 경고 메시지로 해석된다.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반복적·습관적이지만, 정부가 엄중히 지켜보고 대응함을 분명히 밝히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아침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모두 6차례의 보고를 받고 오후 NSC를 소집한 것도 고심을 거듭한 흔적으로 보인다.

보다 주목할 대목은 문 대통령의 이날 NSC 발언 수위다. 여느 때와 달리 단호하고 강경한 표현을 동원함으로써 북한의 도발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내비쳤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도발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국제적 고립과 경제적 난관뿐이고 발전의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우리 국민에 대한 실질적인 위협으로 인식하고, 남북관계 복원의 중요성에도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타협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대목이다. 이른바 북한의 선(先) 태도변화 입장을 재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북한의 거듭된 도발에 '채찍'만 쓴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보유를 계속 추구한다면 압박과 제재를 강화하겠지만 비핵화의 의지를 갖고 대화의 장으로 나온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적극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표명했다.

문 대통령은 "제재와 대화를 병행하여 완전한 북핵 폐기를 위해 흔들림 없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북한은 당장 핵과 미사일 도발을 멈추고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한 공동 번영을 위해 비핵화의 길로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줄 때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준다면 우리부터 앞장서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맞물려 새 정부가 민간차원의 교류를 모색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민간교류를 거부하는데, 진의가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대응을 모색하겠다"며 "민간교류는 또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한 대북 대응과 방위태세 유지 속에 자주역량 확보를 주문했지만 이는 새로운 게 아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14일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취임 후 첫 도발을 했을 때 "군은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우리 군의 한국형 삼축체계 구축 등 북한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이른 시일 내에 강화하라"며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제(KAMD) 추진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했다. 또 "외교 당국은 미국 등 우방, 국제사회와 공조해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제재와 대응'에 방점을 둠으로써 그간 강조해왔던 북핵 폐기를 위한 제재·대화 병행 방침 기조가 다소 변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와 국내 보수세력의 우려 속에도 유화적인 시그널을 발신했음에도 북한이 계속된 도발로 화답하자 '처방'을 달리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강경하게 대응한 배경에는 이날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이 순항미사일이라는 점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그간 미국 본토를 겨냥해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해왔지만 이날 발사한 순항미사일은 한반도를 그 사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순항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우리 안전에 더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요소라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대변인은 "매번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매뉴얼처럼 정부 대책이나 발표가 반복되는 면이 있어 이를 근본적으로 어떻게 볼지 진지하고 깊은 토의를 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미사일 발사→경고'라는 메커니즘이 더는 북한의 도발을 멈출 도구로서의 효용을 잃었다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국제사회와 공조 같은 기계적 대응을 일상화한 측면과 함께 북한의 최종의도가 뭔지 미사일이 어느 단계인지 정확히 분석하고, 핵 폐기가 목표이되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게 지금 불가능하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는 뜻도 있다"며 "이대로는 문제 해결의 기미가 안 보인다는 답답함도 있으신 것"이라고 말했다.

honeyb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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