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감 있게 공감 모드로 드라마 본연의 미덕 살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KBS가 생활밀착형 코믹드라마로 잇따라 안타를 치고 있다.
지난 1~3월 방송된 '김과장'(작가 박재범)을 시작으로 4~5월 방송된 '추리의 여왕'(작가 이성민), 그리고 현재 방송 중인 월화극 '쌈, 마이웨이'(작가 임상춘)가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 세 작품은 모두 신인, 혹은 떠오르는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방점을 찍는다. 이른바 신진 세력 돌풍이다.
신진 세력답게 기존 드라마 문법을 따르는 대신 '나만의 스타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 역시 기성 작가의 작품과 차별화된다.
◇ 생활밀착형 캐릭터가 살아있는 코미디
'김과장' '추리의 여왕' '쌈, 마이웨이'는 생활밀착형 캐릭터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주인공은 영웅도 아니고, 스펙이 화려하지도 않다. 선한 양심으로 감동을 주는 인물도 아니고, 불굴의 투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도 아니다. 대단한 성공담, 출세담이 펼쳐지지 않는다.
이는 기존 드라마의 문법을 파괴한다. 주인공이 바닥에서부터 '노오력'을 해서 멋지게 성공을 하거나, 아니면 치열하게 복수를 하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게 기존 드라마의 문법인데 이들 작품에는 그런 게 없다.
대신 주인공은 나일 수도, 내 옆 사람일 수도 있을 만큼 평범하다. 가진 것도 없고 이렇다 하게 내세울 만한 것도 없다. 그런 주인공을 데리고 드라마가 앞으로 나간다. 자연히 보통 사람의 일상을 담은 소소한 에피소드가 살아있고, 감정이입을 하기 쉬운 자연스러운 감성들이 펼쳐진다.
어떻게 해서든 5억원을 '인 마이 포켓'해서 얼른 저 지상 낙원 덴마크로 떠나고 싶은 '잔머리 대왕' 김과장, 시어머니와 시누이 부양에 피곤하지만 '취미'로 파고든 추리 생활에 빠져 요리하다 뛰쳐나가는 아줌마, 아나운서를 꿈꿨지만 백화점 안내 데스크 직원이 된 아가씨와 파이터를 꿈꿨지만 진드기 박멸업체에서 일하는 총각이 펼치는 이야기가 뭐 얼마나 대단할까.
하지만 이들 드라마는 용감하게도 이러한 인물로 이야기를 엮어 동시간 1위의 경쟁력, 광고 완판의 성적을 냈다. 막장 드라마가 판을 치는 와중에 의미 있는 성과다.
평범하지만 비루하게 빠지지 않는다. 코믹터치로 경쾌하고 유쾌한 톤을 유지해 시청자를 위로하는 것이 이들 드라마의 공통점이다.
정성효 KBS드라마센터장은 9일 "이들 신진 작가들은 글을 쓰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짚었다.
정 센터장은 "성공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도 아니고, 글 쓰는 게 좋아서 쓰는 작가들"이라며 "그렇기에 기존 드라마와는 다른 문법의 이야기를 자신 있게 펼친다"고 설명했다.
◇ "정서적 편안함과 공감 유도"…극성은 떨어지기도
개연성 높은 캐릭터는 시청자에게 부담 없이 다가온다. 이를 통해 정서적 편안함과 공감을 유도한다.
정성효 센터장은 "세 작품 모두 과장되지 않고, 현실감 있게 공감 모드로 시청자들과 호흡하면서 드라마 본연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드라마가 어느 한쪽으로 너무 쏠리는 것을 경계해야 하는데, 세 작품은 소재나 이야기 면에서 기존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줬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편안함'을 추구하다 보니 극성이 떨어지는 약점도 있다. 박재범 작가의 '김과장'은 극성마저 장착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추리의 여왕'과 '쌈, 마이웨이'는 '김과장'보다 몇 수 떨어지는 약체다.
시청률 7.8%에서 출발했던 '김과장'은 막강한 스펙의 SBS TV '사임당, 빛의 일기'를 4회 만에 잡고 수목극 1위로 올라서더니 18.4%까지 치솟으며 명실상부 성공작이 됐다.
그러나 그 바통을 이은 '추리의 여왕'은 느리고 산만한 전개로 빈틈을 많이 노출했고, 마지막회에서조차 이야기를 제대로 매듭짓지 못해 신인 작가의 한계를 드러냈다. 시청률도 11.2%로 출발했으나, 8.3%로 막을 내렸다.
현재 방송 중인 '쌈, 마이웨이' 역시 동시간 1위이긴 하나 10~11%의 시청률에 머물고 있다. 상큼한 캐릭터와 발랄한 이야기가 구미를 당기긴 하지만, 이렇다 할 한방이 아직까지 없다는 지적이다.
정 센터장은 "기존 미니시리즈들과는 결이 좀 다른 이야기, 자극적이지 않은 이야기로 승부해 좋은 반응을 얻는 것에 방점을 두고 싶다"며 "다양한 이야기를 해낼 다양한 신인 작가들이 등장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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