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강수량 25㎜ 그쳐…작년 57.5㎜의 절반 불과
비대기 수분 부족, 성장 부진 "70% 상품성 떨어져"
(단양=연합뉴스) 김형우 기자 = "혹독한 봄 가뭄 때문에 그냥 뒀다가는 오히려 망가질까 봐 마늘이 제대로 여물지 않은 상태에서 캐내려니 마음이 아픕니다."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서 10년간 농사를 지어온 전재근(59)씨는 이 지역의 말끝을 흐렸다.
그는 수분이 없어 견뎌내지 못하고 힘없이 쓰러져있는 마늘잎을 연방 잡아당겼다.
지난해 12월부터 1천300여㎡ 규모의 밭에 파종하고, 자식처럼 가꿔온 마늘은 오랜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대부분 누렇게 말라 비틀어져 있었다.
허리를 굽혀 땅바닥에 뉘어있는 마늘을 힘겹게 뽑아내는 족족 겨우 5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큰 마늘이 뽑혔다.
뽑아낸 마늘 대부분이 하나같이 내다 팔기에는 모자랄 정도로 볼품이 없자 전씨의 얼굴에 짙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전씨는 "가뭄으로 상품성이 크게 떨어져 제값을 받기 틀린 것 같다"며 "전체 수확량의 70% 정도는 구(알)가 작을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가뭄이라고 전씨가 손을 마냥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밭에서 200∼300m가량 떨어진 하천물을 끌어다가 하루에 두 번씩 물을 대기도 했지만 타들어 가는 밭을 적시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청주기상지청에 따르면 단양의 지난달 강수량은 25㎜에 불과했다. 전년도 57.5㎜에 비해 강수량이 절반에 그친 셈이다.
한창 구가 굵어지는 비대기(肥大期)인 지난달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은 탓에 마늘이 수분을 충분히 공급받지 못했다.
구가 작아지면서 상품 가치는 형편없이 떨어지게 됐다.
전씨처럼 올봄 극심한 가뭄으로 작황이 나빠진 농민들은 더 놔뒀다가는 오히려 말라 비틀어질 수 있다며 여물지 않은 마늘 수확을 앞당기고 있다.
단양 육쪽마늘은 보통 하지(양력 6월 21일께)를 전후한 열흘이 수확기지만 올해는 열흘 이상 앞당겼다.
단양군 농업기술센터 최재훈 지도사는 "가뭄으로 마늘이 마르면 수확 과정에서 잎이 쉽게 끊어져 버린다"며 "일일이 땅속에서 마늘을 캐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그나마 잎이 있을 때 수확에 나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뭄으로 작황이 부진, 유례없이 마늘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1만8천㎡의 밭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이명휘(66·도담리)씨는 "지난 4월까지는 작황이 좋았는데 마늘이 커질 시기에 비가 내리지 않는 바람에 한해 농사를 망쳤다"고 울상을 지었다.
도 농업기술원 마늘연구소 정재현 팀장은 "수확일을 앞당기면 마늘구가 작고 수확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올해 마늘농사가 농민들 기대만큼 잘 될지는 본격적인 수확에 들어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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