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이탈리아에서 18개월 된 여아가 6시간 동안 차량에 방치돼 숨지는 비극이 일어났다.
8일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7일 오후 2시께 중부 아레초 인근의 작은 도시 카스텔프란코 디 소프라의 중심 광장에 주차된 소형차에서 생후 1년 반이 지난 여아 타마라가 탈진한 채 발견됐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뒤 시 의회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엄마 일라리아 날디니(38)는 퇴근 직후 타마라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기 위해 시내 광장에 주차된 차 문을 여는 순간 자신이 아이를 깜빡 잊고 그냥 내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울부짖으며 주변에 도움을 청했고, 곧바로 구급 요원들이 출동해 심장 세동기를 동원해 탈진한 타마라를 소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나 너무 오랫 동안 뙤약볕에 방치된 아이는 결국 깨어나지 못했다.
날디니는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 준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날디니가 이날 퇴근 직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엄마 역할과 직업을 병행하는 데에서 오는 피곤함을 주제로 한 언론 기사를 게재한 것에 비춰 그가 극도의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건망증으로 아이를 차에 둔 채 출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국적 패션 회사에서 일하는 타마라의 아버지는 비보를 듣고 달려온 뒤 어이 없이 외동딸을 잃은 것에 대해 말을 잇지 못했다.
타마라가 타고 있던 차 주변에는 다른 차들도 여러 대 주차돼 있었으나, 번잡한 시내를 왕래하던 누구도 차 안에 아이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탈리아에서는 2011년 5월 중부 테라모에서도 한 대학 교수가 22개월 난 딸을 깜박 잊고 차에 둔 채 내려 사망케 하는 등 비슷한 유형의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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