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도박 실패하나…총리직 위기

입력 2017-06-09 09:01   수정 2017-06-09 09:53

메이 총리의 조기총선 도박 실패하나…총리직 위기

압도적 과반 목표한 승부수 자충수로 귀결되는 듯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메이의 커다란 도박은 실패한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던진 조기총선 승부수가 결국 자충수로 귀결되는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치러진 조기총선 출구조사 결과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은 314석으로 지금보다 17석 줄어들어 과반(326석) 의석을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출구조사를 책임진 존 커티스 교수는 "출구조사가 믿을 수 없는 만큼 틀리지 않는다면 총리가 압도적이거나 커다란 과반을 얻는 데 실패했다"고 말했다.

설령 보수당이 출구조사 결과와 달리 과반의석을 확보하더라도 조기총선을 요청한 메이 총리의 목표인 "상당한 규모의 과반"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과반의석을 대폭 늘려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려던 메이의 계획은'헝 의회'(Hung Parliament), 또는 현상유지 수준의 결과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헝 의회는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얻지 못하는 의회를 뜻한다.

메이 총리는 유세 기간 헝 의회를 "혼란의 연정"이라고 역설했다.

이번 선거는 메이의 단독 결정에 의한 것이었다. 극소수 측근하고만 논의한 채 조기총선 요청을 전격 발표해 보수당 전체에 충격파를 울렸다.

선거유세 역시 메이 총리와 측근인 '메이 팀'의 독주였고 선거 슬로건도 "안정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이었다.

메이는 마지막 유세에서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력한 협상권을 내 손에 쥐어달라"고 했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브렉시트 선거'로 불렸다.

하지만 브렉시트 쟁점은 정작 선거무대에서 사라졌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가 보수당 집권 7년에 걸친 긴축과 '불평등'을 화두로 삼고 펼친 정책 선거유세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반면 "코빈은 브렉시트 협상장에서 발가벗겨 질 것"이라는 메이의 목소리는 유권자들의 주목을 끌지 못했다.

'i 뉴스'가 조사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유세에서 누가 더 잘했느냐는 질문에 코빈이 58%로 25%인 메이를 더블 스코어로 앞섰다. 보수당 지지자들 가운데 21%가 코빈이 메이보다 더 잘했다고 했다.

메이와 코빈 개인에 대한 신뢰도도 메이의 선거유세 실패를 드러낸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조사에 따르면 개인 인기도에서 메이는 43%, 코빈은 32%였다. 메이가 11%포인트 앞서지만 선거유세 시작 당시 격차는 39%포인트였다.

메이의 잇단 자책의 결과다.

노인요양 지원자를 축소하는 '사회적 돌봄' 개혁 공약을 내놓자 지지층인 노년층이 거세게 반발했다. 노동당은 '치매세'라며 공세를 퍼부었다.

이에 메이는 황급히 사흘 만에 공약을 사실상 철회했다.

지지층을 흔들 사안을 아무런 신호없이 불쑥 공약으로 발표한 것도 실수지만 곧바로 유턴한 것은 '안정적이고 강력한 지도력'과는 정반대되는 행보라는 비판이 보수당 내부에서 터져나왔다.

영국 스카이뉴스 제러미 팍스맨은 지난달 29일 저녁 생중계된 메이 총리와 인터뷰에서 "내가 만일 브뤼셀에 있는 (EU) 관리라면 당신은 '허풍쟁이'(blowhard)라는 생각이 들 거다"고 꼬집었다.

메이는 각 정당 대표들이 참여하는 TV토론도 거부해 비난을 받았다. 코빈은 애초 메이가 참석하지 않으면 TV토론에 나서지 않겠다고 했다가 막판에 마음을 바꿔 나섰다.

정치평론가 매튜 굿윈은 "코빈이 모멘텀을 찾으려고 토론에 나선 것이나 메이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 나서지 않는 것이나 모두 유권자들에게 좋게 비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의석을 대폭 늘리기는 커녕 과반의석 상실마저 눈앞에 둔 메이의 총리직은 불투명해졌다.

보수당에선 조기총선 요청 당시 20%포인트 안팎에 달한 노동당과의 지지율 격차에 비춰 메이가 17석(실질 표결 기준)인 과반의석을 적어도 60석 이상으로 늘려야 성공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였다.

일부는 90석 이상의 과반의석을 잣대로 삼기도 했다.

일간 가디언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보수당내에서 "메이가 자리를 지키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메이가 벌써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오스번 전 재무장관은 "어떻게 메이가 연립정부를 구성할지 있을지 잘 보인다"고 했다.

노동당 예비내각 외무담당 에밀리 손버리 의원은 "메이가 명백하게 실패했기 때문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베팅업체는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이 메이를 대신할 확률을 50%로 제시하며 메이의 퇴진을 베팅 리스트에 올렸다.

보수성향 일간 텔레그래프도 메이가 기술적으로는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권위가 상당히 훼손돼고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고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내각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들이 커다란 힘을 행사하겠지만 메이를 총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반란 세력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덧붙였다.

보수당은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통합통일당(DUP) 등과 연정 구성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프리 도널드슨 DUP 대표는 출구조사 발표 후 "헝 의회가 되면 우리는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가 될 것"이라며 DUP는 보수당과 많은 부분을 공통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2010년 총선 직후 보수당과 연정을 꾸린 자유민주당은 출구조사가 발표되자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연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보수당은 연정이 아니더라도 군소정당과 정책연합을 통한 소수정부를 출범시킬 수도 있다.

다만 보수당이 새 정부 출범에 실패하면 재총선 가능성도 열린다.

스티븐 필딩 노팅엄대 교수는 "사람들이 메이의 리더십에 관한 질문들을 던질 것이다. 숫자에서 패배한 건 아니지만 총리 위임에선 패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앤드류 러셀 맨체스터대 교수는 "50석 미만 과반은 성공하지 못한 도박으로 보인다. 메이가 차기 총선을 이끌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내다봤다.

메이는 지난해 6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 국민투표 책임을 지고 사퇴한 뒤 열린 당대표 경선에서 승리해 총리직을 자동 승계했다.

영국의 EU 탈퇴를 이끌 '구원투수'로 등장해 EU를 떠나면서 EU 단일시장에서도 이탈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추구해왔다.

ju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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