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FBI특별요원의 「테러 해부학」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9·11 사태가 일어난 지 벌써 16년째다.
그 사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이 무너졌고, 파키스탄에서 은신 중이던 '9·11 기획자'이자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은 미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됐다.
미국이 지목한 '원흉'들이 제거됐는데도 오히려 테러리즘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일까?
레바논계 미국인 알리 수판의 신간 「테러의 해부학(Anatomy of Terror)」은 그 의문에서 출발한다.
알카에다 조사를 맡았던 미 연방수사국(FBI) 특별요원 출신인 알리 수판은 암세포처럼 번지는 테러리즘을, 머리를 잘라내면 다시 새 머리가 자라는 그리스신화의 괴물 '히드라'에 비유한다.
저자는 "빈라데니즘(Bin-Ladenism)이라는 악성 암세포가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넘어 전세계로 전이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9·11 사태 당시 알-카에다 조직원은 400명 가량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그 추종자들까지 포함하면 이른바 테러리스트들은 수백만 명에 이른다.
저자는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두 가지 정책 결정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미국은 당시 이라크군을 무장 해제하고, 바트당(사담 후세인 독재당) 출신자들을 공직에서 배제했다.
일종의 권력 공백 속에 바티스트(Baathist·바트당 추종자)들이 이라크 내 이슬람국가(IS) 세력의 뼈대가 되는 재앙적 결과로 이어졌다.
저자는 "바티스트들의 국정·정보·군사 경험들은 IS의 전투력과 테러 전술에 본질적인 요소가 됐다"고 분석했다.
9·11 이후로 대(對) 테러에 전력을 기울였던 미국 당국으로서는 뼈아픈 지적일 수밖에 없다.
이번 저작은 2011년 작 베스트셀러 '검은 깃발들(The Black Banners)'에 이은 후속편에 해당한다.
'검은 깃발들'에서 알카에다와 벌인 '테러와의 전쟁'을 집중 파헤쳤다면, 이번 저작에서는 오사마 빈라덴 사후의 테러리즘에 초점을 맞췄다.
최근 보름 사이에만 영국 맨체스터 공연장과 런던 브리지에서 테러 공격이 일어났다. 알카에다의 근거지로 지목됐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수도 카불의 외교단지 차량자폭테러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책 출간이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기에는 전세계 곳곳에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테러리즘은 너무 엄중하다.
노턴 앤드 컴퍼니. 359쪽.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