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3배 올라 금값…꽁치도 급감 '귀한 몸'
어장환경 변화에다 중국어선 싹쓸이…대책 시급
(울릉·속초=연합뉴스) 임상현 이종건 기자 = "울릉도 오징어, 이젠 옛말입니다."
울릉도 대표 수산물인 오징어가 점차 사라지자 어민들 사이에 이런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온난화에 따른 어장 변화와 중국어선 무차별 남획으로 오징어 어획량이 격감해 울릉 주민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다.
가격은 상대적으로 크게 올라 앞으로 서민 밥상에서 사라질 날이 머지않았다는 한숨 소리도 나온다.
이는 오징어 풍어를 이루는 서해안 상황과 대조적이어서 동해안 어민 주름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울렁울렁 울렁대는 처녀 가슴 오징어가 풍년이면 시집가요∼"라는 '울릉도 트위스트' 가사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농담이 나올 판이다.
10일 울릉수협에 따르면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울릉도 근해에서 잡혀 위판한 오징어는 한해 8천t에서 많게는 1만t이 넘었다.
그렇지만 2010년 2천897t으로 떨어진 뒤 2015년까지 2천t 수준을 유지했으나 작년 770t에 이어 올해는 5월 말 현재까지 136t으로 급감했다.
아직 오징어 성어기(9∼12월)가 아니나 예년 이맘때 잡히는 양의 20∼30%에 그쳐 심각한 수준이다. 요즘 울릉도에서 출어하는 오징어잡이 배는 고작 10여 척이다.
예전 같으면 오징어가 많이 잡히는 성어기에 200여 척이 바다로 나갔지만 몇 년 전부터 절반 이하로 줄었고 그나마 만선은 기대할 수 없다.
주민 이정열(53)씨는 "울릉도 어민 대부분은 오징어를 잡아 자식 공부시키고 생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앞으로는 그러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동해안 전체 오징어 어획량도 2008년 9만1천416t에서 2009년 9만2천872t까지 늘었다가 2013년 6만3천387t, 2014년 5만9천734t, 2015년 5만4천684t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4만4천202t으로 전년보다 20%가량 뚝 떨어졌고 올해도 많은 어획량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강원도 앞바다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4월 한 달 금어기를 보낸 뒤 5월부터 현재까지 잡은 오징어는 167t이다. 작년 같은 기간(400t)의 절반도 안 잡혔다.
어획량 급감에 따라 '몸값'이 급등했다.
울릉수협 위판장에서 작년 초까지 2㎏ 한 상자(20마리)가 2만5천∼3만원이던 것이 지금은 8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1.5㎏ 한 상자(20마리)도 6만원을 줘야 한다.
포항 죽도시장 등 동해안 어시장에서도 일반 소비자가 작년까지는 1만원에 4마리를 살 수 있었으나 지금은 2마리도 겨우 살 수 있다.
오징어가 함께 많이 잡히던 꽁치도 작년 하루 평균 200여 상자(20마리)에서 올해는 20여 상자로 10% 이상 줄었다.
강원도 꽁치 어획량은 작년 19t이었으나 올해는 현재까지 5t뿐이다.
이 때문에 1상자에 5천원이던 꽁칫값이 올해는 2만5천원까지 올랐으나 이마저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귀한 몸이 됐다.
동해안 오징어 어획량 감소는 온난화에 따른 어장환경 변화와 중국어선 무차별한 남획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난류 북상으로 울릉도 북쪽 북한수역에 형성된 오징어 어장에 중국어선 수천 척이 진을 치고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다.
동해에서 조업하는 중국어선은 2000년 초에는 100여척에 그쳤으나 2011년부터 1천척 이상이 몰렸고 2014년에는 1천900여척으로 늘었다.
2015년 1천척 이하로 줄었다가 작년에 다시 1천200척 이상으로 늘어났다.
게다가 기상이 나빠지면 중국어선 수백 척이 울릉도 앞바다에 피항한 뒤 떠나면서 또다시 마구잡이로 연근해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올해는 울릉도 앞바다에 지난 5월 말 중국어선 15척이 피항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날씨가 수시로 변하는 여름철이 되면 어김없이 중국어선 수백 척이 피항할 것으로 보여 군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최수일 울릉군수는 "우리 군만으로는 불법조업에 마구잡이 피항을 하는 중국어선 폐해를 막는 것은 한계가 있어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h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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