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선거 패배 처참…반이민 행정명령 어처구니없어"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이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상황이지만, 입국금지 대상 6개 이슬람국가 국민의 미국 입국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AF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3월 2차 수정 행정명령에서 입국금지 대상국으로 지정된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6개국에서 3∼4월 미국으로 입국한 사람은 6천37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만2천100명에서 47.3%나 줄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7일 이라크와 이란, 리비아, 소말리아, 수단, 시리아, 예멘 등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와 난민의 입국을 90일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나, 시애틀 연방지방법원과 샌프란시스코의 제9 연방항소법원에서 잇따라 저지돼 시행이 중단됐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3월 6일 입국금지 대상 7개국 중 이라크를 제외한 6개국 국적자에 한해 기존 비자 발급자와 영주권자에 대한 입국은 허용하고, 신규 신청자는 90일간 입국을 금지하는 내용의 2차 수정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1, 2심 법원에서 제동이 걸려 지난 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2차 수정 행정명령이 법원에 의해 일단 제지된 상황이지만, 비자 발급 절차가 지연된 데다 심리적 영향까지 더해져 해당 국가의 미국행이 많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1차 행정명령 직후인 2월 이들 6개국에서의 미국 입국은 4천277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폭 둔화했지만 큰 감소세는 아니었다.
한편 지난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대권을 다퉜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8일 메드가 에버스 칼리지 졸업식 연설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시민 인권 같은 이슈에서 퇴행하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면서 반이민 행정명령을 "특히 어처구니없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힐러리 전 장관은 또 "선거 패배는 매우 처참(devastating)하다. 특히 내가 졌던 상대를 생각하면"이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을 비꼬았다고 미 의회 전문지 더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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