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은 "민간교류부터"…北은 "6·15공동선언 이행부터"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 문재인 정부가 조심스럽게 모색했던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시도가 생각대로 풀리지는 않는 분위기다.
새 정부는 남북관계 단절은 한반도 안정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아래 '남북관계 주요 사안은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해 나간다'는 원칙을 세웠다.
이 원칙에 따라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 교류를 위한 민간단체의 대북접촉을 9일까지 모두 15건 승인했다.
그러나 북한은 유엔의 제재와 이에 동참하는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이들 단체의 지원 및 방북을 모두 거부했다. 우리 정부의 남북관계 복원 움직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남북관계 회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여겨졌던 6·15 남북공동행사도 무산됐다.
북측이 행사를 추진해 온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이하 남측위)에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것이 무산의 직접적인 이유지만, 설사 초청장이 왔더라도 우리 정부가 이를 허용했을지 불투명했다.
정부 내에선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평양에서 남북 공동행사가 열리면 국제사회의 제재 기조를 흐트러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역행하지 않으면서 남북관계 회복을 도모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책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9일 "지난 한 달간 남북은 관계 진전이 가능한지 1라운드 탐색전을 치렀다고 볼 수 있다"면서 "북한은 과거에도 그랬듯 새 정부를 상대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기싸움을 벌이면서 소득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 정부와 남북관계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보다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은 소득이라면 소득이었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한미 공조와 국제사회와의 협력 하에 단호하게 대응하되 남북관계는 대북제재에 해당하지 않는 분야부터 단계적으로 복원한다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해선 우리 정부가 '외세'와의 공조를 그만두고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위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은 문재인 정부에게 6·15공동선언 이행 등 큰 기대를 했는데 민간차원의 교류만 하자 해 실망한 것 같다"면서 "지난 9년간 불신이 너무 커지다 보니까 일정 기간 기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분간은 이런 흐름을 반전시킬 계기를 찾기는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달 말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지금 분위기로는 유화적인 대북 메시지보다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한 양국 공조를 확인하고 북한을 압박하는 데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북한의 도발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 이후로는 8월에 한미 연합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진행돼 '키리졸브' 훈련이 진행된 지난 4월처럼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치솟을 수 있다.
그러나 그간 남북관계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반전의 계기가 마련돼 왔다는 점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5년 9월에도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도발 등으로 남북 간 무력충돌 위기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고위급 접촉이 열려 긴장완화 방안과 이산가족 상봉 등이 합의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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