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5월 상순 수은주 85년 만에 최고, 이른 더위에 '푹푹'
일부 지역 이미 아열대 기후, 2060년엔 남한 아열대화 가능성
(전국종합=연합뉴스) 우리는 흔히 '계절의 여왕' 하면 5월을 꼽는다.
'장미의 계절'로 불리는 5월은 1년 중 우리 한국인이 가장 지내기 좋은 달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화려한 꽃들이 도시마다 피고 겨우내 앙상했던 숲은 녹음으로 우거져 싱그러움을 준다. 각종 운동회와 봄 소풍, 결혼식, 대학가 축제 등도 이즘에 몰린다.
◇ 한반도 30년간 기온 1도 올라…강우량도 200mm 이상 늘어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계절의 여왕이란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5월의 날씨는 갈수록 더워지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반도의 5월 날씨는 초여름 또는 한여름 가마솥더위를 방불케 할 정도로 바뀌었다.
봄철 고온현상은 지구 온난화로 뜨거워지는 '한반도 아열대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열대와 온대 중간 정도 기후인 아열대에서는 기온과 습도가 높고 벌레가 기승을 부리며 음식의 부패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인간이 거주하기에 좋지 않은 환경이다.
한반도의 경우 내륙은 대체로 온대기후에 속하지만, 제주와 경남 통영 등 남쪽 해변 지역 등은 이미 아열대 기후에 접어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기상학자들은 머지않아 아열대 기후가 중부지방으로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측한다.
2060년께면 남한 전체가 아열대 기후권에 들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립기상연구소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 30년간 한반도의 기온이 1도 가까이 올랐고 강우량도 200mm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온도가 영상 10도를 웃도는 달이 8개월로 사실상 아열대성 기후(9개월)에 육박했다.
지난 80년간 겨울철은 지역에 따라 22∼49일 짧아졌고, 반대로 봄철은 6∼16일, 여름철은 13∼17일 길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강릉·인천·대구·부산·목포 등 6곳의 봄 시작일은 95∼100년 전보다 2∼23일 빨라졌다.
기상청 관계자는 "5월 중순에 초여름 철의 더운 날씨가 나타난 것은 중국 북부와 몽골에서 가열된 공기가 우리나라 상공으로 유입되고, 한반도 인근에 고압대가 머무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아열대화는 인간의 일상생활 패턴과 식물 북방한계선 북상, 철새 텃새화 현상, 아열대 병해충 유입, 바다 생태계 변화 등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농작물 재배 지역의 북방한계선이 뚜렷하게 북상 중이고, 예전에 남해에서만 잡히던 고등어, 갈치, 방어, 자리돔 등의 어종이 점점 고위도 지역에서 잡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종으로 온대지역에서 자생이 가능한 소나무도 점차 사라지고 우리의 식탁에서 사랑받는 과일 중 하나인 사과나무도 점차 줄어 '사과값이 금값'이 될 날이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지형이 크게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엄청난 재앙을 부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표적인 생태학자로 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10여 년 전부터 줄곧 "아열대 기후가 우리의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다"며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 고온현상을 경고했다.
◇ 정부·지자체마다 대응방안 골몰…'1도 낮추기 프로젝트 추진'
'이른 더위'는 우리 삶의 패턴과 동식물의 생육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앙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마다 대응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정부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발생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2010년 1월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이를 토대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37% 저감하고자 '온실가스에너지목표관리제'를 시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폭염과 열대야 등으로 해마다 뜨거워지는 도심 온도를 낮추기 위해 2020년까지 '광주 온도 1℃ 낮추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반도 아열대화의 길목에 있는 제주도는 올해부터 2021년까지 '기후변화 적응 중심지 스마트 아일랜드 제주'를 주제로 기후적응 세부시행계획을 수립해 추진한다.
첨단기술 융합을 통해 각종 자료를 수집 분석하고, 예측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집중호우와 폭염·폭설 등에 대비한다는 구상이다.
건강, 산림, 물, 생태계, 농업, 해양 및 수산, 재난 및 재해 등 7개 분야 45개 사업에 모두 7천800억원이 투입된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지역별로 중부지방에 비가 더 많아지고 남부지역의 강우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며 봄 강우량은 줄고 여름 강수량은 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이는 봄 가뭄이 앞으로 더 심각해지고 여름 수량이 늘어 봄 열대야와 여름 홍수에 취약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그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극심한 열대야와 슈퍼 태풍, 대홍수가 올 때를 대비한 계획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호천·장아름·양영석·임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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