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는 쓴소리…"양식 주방장 필요한데 한식 주방장 되겠나"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설승은 기자 = 야 3당의 반대로 문재인 정부의 내각 구성에 '빨간불'이 들어오자 전병헌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국회로 달려왔다.
전 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해 바른정당·국민의당·자유한국당 순서로 지도부를 방문, 야당이 반대하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 협조를 요청했다.
특히 전 수석은 '캐스팅보트'인 국민의당이 등을 돌리며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어려워진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설득에도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전 수석은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방문한 자리에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문재인 정부가 인수위도 없이 출발해 국정 공백이 심각한 상황이니 공백을 메울 수 있도록 내각 인선을 신속하게 처리해달라"라고 협조를 구했다.
특히 "강경화 후보는 한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둔 시기이므로 특별히 외교 공백이나 안보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라며 "외교부 장관 없이 한미 정상회담을 할 수 없는 현실적 문제를 설명하고 호소했다"라고 면담 후 기자들에게 말했다.
전 수석은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런 취지를 설명하면서 "한미동맹을 우선으로 하는 책임 있는 제1야당으로서 협력을 지원해달라"라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서도 전 수석은 "인수위가 있었다면 문재인 정부가 차근차근 후보자들을 검증하고 준비해 공백없이 풀어갈 수 있었겠지만, 다 아시는 것처럼 비상한 상황 속에서 대선을 치렀다"며 임명 협조를 호소했다.
그러나 야당의 반응은 냉랭했다.
한국당 정 권한대행은 강경화·김이수·김상조 후보자 3인방에 대한 임명 반대 입장을 재확인하고, 더 나아가 내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상임위원장 회동에도 불참할 뜻을 밝혔다.
정 권한대행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청문회에서 부적격자로 드러난 사람들의 임명을 강행하려는 기미가 보이는데 우리가 오찬 회동에 동의해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수석은 기자들에게 "저도 야당을 해보고 원내대표도 해봤지만 그것은 과잉반응"이라며 다소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바른정당 주 권한대행은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난민외교나 다자외교와 북핵 미사일, 소위 말해 4강 외교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며 "양식 주방장이 필요한데 한식 주방장을 써야 하겠느냐"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전 수석은 "요새는 퓨전이 유행"이라며 농담조로 맞받아치기도 했다.
국민의당 박 비대위원장은 "강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사실 기대가 너무 컸는데 이런 상황이 전개돼 안타깝다"고 답했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규명되고 '어떻게 세상을 저렇게 사나'하는 사람도 능력이 있다고 중용되면 공정사회가 아니지 않으냐"라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당선되면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했는데 적폐 중 하나는 후보가 공약을 내고도 지키지 않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5대 인사원칙을 어긴 데 실망감을 드러냈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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