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선이 낳은 '헝 의회'란…국정운영 동력 약화 예고

입력 2017-06-09 17:09  

英총선이 낳은 '헝 의회'란…국정운영 동력 약화 예고

20세기 이후 7번째…다른 정당과 연립정부 구성 혹은 소수정당 협력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8일(현지시간) 치러진 영국 조기총선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가 이끄는 집권 보수당이 과반의석을 상실하면서 단독 과반 정당이 없는 이른바 '헝 의회'(Hung Parliament)가 탄생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헝 의회란 어느 정당도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해 단독정부 구성이 어려운 상태를 일컫는다.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는 뜻처럼 다수 의석을 확보한 제1당이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에 처했다는 것이다. 영국 하원 전체 의석은 650석으로 과반은 326석이다.

헝 의회가 출현하면 다수당은 다른 당과 장관직을 공유하고 공동 현안을 추진하는 연립정부를 구성하거나 각 정책별로 소수 정당의 지지를 얻어 국정을 운영하는 소수 정부를 출범시켜야 한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단독 법안 처리가 어려워 국정을 운영해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소수 정부 출범 시 법안 하나에도 여러 정당의 의견을 수렴해야 해 수차례의 개정을 거쳐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양당제 전통을 가진 영국에서 헝 의회 탄생은 매우 이례적이다.

20세기 이후 지금까지 보수당이나 노동당이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하지 못한 적은 1910년 1월과 12월, 1923년, 1929년, 1974년, 2010년 등 여섯 차례에 불과하다.





보수당 정권 아래 치러진 1974년 총선에선 보수당과 노동당이 각각 297석, 301석을 얻어 헝의회가 출현했다. 이에 보수당의 에드워드 히스 당시 총리가 소수정당과의 연정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결국 노동당의 해럴드 윌슨이 총리를 맡아 소수 정부를 이끈 바 있다.

지난 2010년 총선 때도 보수당이 최다 의석을 얻었지만 절반을 넘기지 못해 중도우파 자유민주당과 연정을 구성했고, 보수당 대표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이 총리직에 올랐다.

현재 영국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협상이라는 최대 현안을 앞두고 있는 만큼 메이 총리는 소수 정부보다는 연정 구성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메이 총리가 보수당과 연정 구성 경험이 있는 민주통합통일당(DUP)이나 얼스터연합당(UUP)에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다.

이들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들도 보수당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약 메이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제2당인 노동당이 대신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노동당은 반(反)보수당 연합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중도좌파 정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이나 자유민주당(LD)과 연합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들 정당이 연정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특히 자유민주당은 보수당과의 연정 여파로 지난 2015년 총선에서 49석이나 잃은 뼈아픈 기억이 있어 노동당의 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보수당 혹은 노동당이 이끄는 연정이 출범해도 국정운영에는 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의 추진 동력을 얻기 위해 조기총선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것을 고려할 때 이번 총선 결과로 브렉시트 협상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만약 노동당이 이끄는 연정이 출범하면 브렉시트와 관련한 불확실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보수당은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모두 떠나는 '하드 브렉시트'를 선호하는 반면 노동당 등은 브렉시트에는 찬성하지만, EU 단일시장에는 잔류하는 '소프트 브렉시트'를 지지하고 있다.

오안다의 크레이그 얼램 애널리스트는 "헝 의회는 시장 관점에서 가장 최악의 결과다"라며 "헝 의회가 출현하면 브렉시트 협상에 앞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드리워지고, 영국은 자국에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카드를 잃게 된다"고 설명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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