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정부 사드 결정 중시 천명…환경평가 추진 재확인
미국, 행정부는 절제된 반응…의회 인사들 공개적 우려 거론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이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정부가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문제와 관련한 원칙을 천명함으로써 한미관계의 '불씨' 진화에 나섰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9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사드는 북한의 점증하는 위협으로부터 한국과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결정한 것"이라며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이 결정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 않을 것이며 미국과 계속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정 실장은 "정부는 한미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는 없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정 실장은 "다만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아 나가고자 한다"면서 "특히 환경영향평가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명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사드 배치 결정이라고 해도 그것을 무시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계승할 것이나 환경영향평가라는 합법적 절차를 통해 시간적·전략적 '완충장치'는 두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또 "무엇보다 우리 국익과 안보적 필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의 필요성과 함께 사드가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정상회담 준비를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정 실장이 사드와 관련한 원칙을 밝힌 것은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결정함으로써 완전 배치까지의 여정을 늘린 데 대해 미국 조야에서 나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사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공개적인 반응은 절제돼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국무부 노어트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사드 관련 결정에 실망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식으로 성격을 규정짓고 싶지는 않다"고 답했고, 지난 3일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의회와 행정부에서 심상치 않아 보이는 움직임도 여전히 감지된다.
대표적 지한파인 에드 로이스(공화) 하원 외교위원장은 7일 사드 부지에 대한 우리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방침을 둘러싼 논란에 성명을 내고 "사드는 점증하는 김정은의 무기 위협으로부터 한국 국민들을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한 시스템"이라며 "사드의 완전한 배치와 관련한 어떤 환경적 우려도 신속하고 철저한 검토를 통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는 같은 날 한국 정부의 환경영향평가 방침을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 매티스 국방부 장관 등을 만나 한반도 안보 현황과 중동 정세를 논의한 자리에서 사드가 거론됐다고 국무부가 밝힌 점은 주목된다.
이는 최소한 트럼프 대통령이 사드와 관련한 한국 내 논란과 미국 정가의 우려 섞인 반응에 대해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단 외교 소식통들은 이달 말 워싱턴에서 열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둘러싸고 이견을 노출하는 모양새는 피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동맹국 간의 갈등 표출은 큰 악재가 될 것이라는 점도 있다.
그러나 '예측불가형'인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 또는 다른 기회에 '속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일각에서는 보고 있다. 사드를 둘러싼 양국 정부의 인식 차이가 북핵 공조 등 다른 협력 사안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부가 문재인 정부 외교의 방점 찍기와 연결짓는 시각에서 사드 문제를 주시하고 있기에 정상회담 이후로도 사드는 한미관계의 '뜨거운 감자'가 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놓고 있다.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을 우선시하는지 아니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외교'를 지향하려는 것인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 차원에서 사드 파문을 보고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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