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대학생 261명 선발…다문화 학생과 멘토링
(천안=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저에게 공부를 가르쳐주는 선생님이 생겼습니다. 받아쓰기도 하고 수학도 배웁니다. 공부가 끝난 뒤에는 선생님이 배드민턴도 가르쳐 줍니다."
베트남 출신 엄마를 둔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4학년 민서(10·가명)가 쓴 글의 일부다.
또박또박 써내려간 아이의 글에서 선생님을 만난 기쁨이 묻어났다.
민서가 말한 선생님은 단국대 경영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동환(25)씨다.
민서와 김씨가 처음 만난 것은 2015년 5월.
충남교육청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과 지역의 대학생을 연결해 주는 '다문화 학생 멘토링'을 통해서다.
김씨가 느낀 민서의 첫인상은 한국말은 잘하지만 주변 눈치를 잘 보고 낯가림이 심한 여자아이였다.
대화를 걸어도 단답형으로 일관하며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김씨는 어릴 적 배드민턴 선수였던 특기를 발휘해 민서와 배드민턴을 했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민서를 만나 국어와 수학 등을 가르쳤고 수업이 끝나면 함께 배드민턴을 했다.
서너달이 지나자 민서도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하루는 '선생님, 수학 93점 맞았어요'라며 문자를 보내는가 하면 '영화를 보고 싶다'며 자신의 희망 사항을 말하기도 했다.
민서는 "선생님을 방학 때 자주 만나기 때문에 방학이 더 좋다"며 "선생님이랑 공부도 하고 자주 놀러 다니며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출신 엄마를 둔 초등학교 6학년 정수(12·가명)의 변화도 눈부실 정도다.
사춘기가 시작되면서 정수는 자신이 만든 테두리에서 나오는 것을 싫어했다.
특히 친구들과 달린 자신의 검은색 피부가 싫었고, 자신을 검은색 피부로 낳아준 엄마도 싫다는 말을 수시로 했다.
그래서인지 자기주장은 강했지만 자신을 표현하거나 남을 이해하는 데는 서툴렀다.
친구와 말다툼이라도 하는 날은 분을 이기지 못해 울음부터 터뜨리곤 했다.
그러던 정수가 대학생 멘토를 만난 뒤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당당하게 발표도 하고 친구들과도 적극적으로 운동하며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 멘토가 '형'의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다.
정수는 "평소에도 형이 있으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대학생 선생님은 형이자 선생님이었다"며 "공부를 가르쳐주는 것은 물론 함께 탁구나 축구를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이 다문화 가정 학생의 기초학력 향상과 한국문화 적응을 위해 도입한 '다문화 학생 멘토링'이 다문화 학생은 물론 대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은 대학생들로부터 국어, 영어, 수학 등을 무료로 배우는 것은 물론 이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한국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대학생들도 단순히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넘어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기뻐한다.
다문화 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대학생은 "멘토링 활동을 하면서 멘토인 내가 오히려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다"며 "나를 믿고 따라 준 멘티 덕에 이제는 자신감도 향상됐고 누군가에게 더 멘토다운 멘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 교육청은 올해도 선문대, 건양대, 공주교대, 단국대, 순천향대, 한서대 등 6개 대학 학생 261명을 다문화 가정 학생과 1대 1로 연결해 주는 멘토링을 운영할 방침이다.
특히 대학생 멘토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전 교육을 하는 등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태연 충남교육청 학교교육과장은 "멘토링 사업을 통해 다문화가정 학생의 기초학생 향상, 한국문화 적응, 진로진학 상담이 가능해졌다"며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미래 사회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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