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짜리 C형간염 '기적의 약', 치료효과 증거 없다"

입력 2017-06-11 09:30  

"수천만원짜리 C형간염 '기적의 약', 치료효과 증거 없다"

전문가단체, 제약회사들 138개 임상시험 분석·평가 결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C형간염 치료에 신기원을 연 '기적의 약'이라고 까지 칭송받는 수천만 원짜리 약이 실제 예방 및 치료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으로 타당한 증거가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국제적 권위를 지닌 비영리 의학전문가 그룹인 '코크런연합'(The Cochrane Collaboration : CC)이 최근 이 같은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만성 간질환에 걸리고 상당수가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사망한다. 기존 치료제들은 각기 장단점이 있으나 전반적으로 효과가 그리 좋지 않고 환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작용들이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근년에 "치료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부작용은 대폭 줄였다"는 '바이러스 직접 작용 제제'(DAA) 계열의 약물이 개발 시판되면서 각광받고 있다.

'소발디'를 비롯한 DAA 계열 약은 나라마다 가격에 차이가 있지만, 환자 1명당 12주 복용 가격이 수천만원대이고, 일부는 8천만원 넘는 초고가여서 환자들의 한숨을 자아내고 일부 환자에게 보험을 적용해주는 나라들의 건강보험 재정에도 엄청난 부담이 되고 있다.

그러나 CC의 간장질환 전문가 그룹은 그동안 제약회사들이 당국의 판매 승인을 얻기 위해 시행한 모든 임상시험 결과들을 체계적으로 분석·평가, "이 약의 치료 효과를 입증할 타당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냈다.

연구팀은 이미 발표되거나 비공개된 임상시험 결과 138건을 모두 모았으며, 시험대상자 수는 총 2만5천여 명에 달하지만 모두 제약회사 자금 지원을 받은 것이며 따라서 내용이 '편향될 위험성이 높아' 이를 철저하게 재검토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C형간염 질환의 여러 증상에 DAA약이 실제 듣는다는 증거는 매우 적었으며, 이 약 복용자와 가짜약(플래시보) 복용자 두 그룹 모두 사망자가 드물었기 때문에 이 약의 예방 및 사망 감소 효과가 의문시된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12주 복용 후 혈액 속 간염 바이러스가 없어지는 것으로는 보이지만 이후 실제 간염 합병증 등을 예방하거나 목숨을 구하는 치료 증거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DAA 약물로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타당한 증거의 부족과 환자에게 잠재적으로 해로울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무엇을 치료효과 판정 기준으로 삼나 = 그동안 임상시험에서 이 약물의 효과는 12주간 약 복용 후 환자의 혈액 속에 남아있는 간염 바이러스의 잔류량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CC팀은 "그것이 환자 체내에 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면서 "이 약물로 치료받은 가장 심한 상태(3기나 4기)의 환자들에게 바이러스가 다시 돌아올 수 있고, 말기성 간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DAA C형간염 치료제를 생산하는 제약회사 중 하나인 애브비는 "우리는 코크레인의 이번 보고서를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우리 임상시험 결과들과 실제 치료 경험들은 이 보고서의 주장과 상치된다"고 반박했다.

애비브 측은 "C형 간염 치료효과는 12주 복용 후 혈액 속 바이러스의 유무로 정의되며, 예컨대 영국의 경우 우리 약이 듣지 않은 환자는 1% 미만"이라고 강조했다.

또다른 제약회사 길리어드는 "C형간염 치료의 우선 목표는 간염 바이러스를 박멸함으로써 감염증을 치료하는 것"이라고 밝혓다.

반면에 CC 측 연구팀은 "지속적 바이러스 반응(SVR)이 최종적 치료 효과를 평가·결정하는 대리지표"라고 재반박했다.

치료 4주째에 바이러스 반응을 측정하는 PVR, 12주째의 EVR, 치료종료시점의 ETR 등도 평가에 필요하지만 치료 종료 6개월 뒤에 측정한 SVR이 가장 중요하고 실질적인 치료의 기준이라는 것이다.

CC연구팀을 이끈 야누스 크리스티안 야콥센 박사는 "환자 입장에선 혈액 속 바이러스 검출 여부 등이 중요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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