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회 상대로 직접 호소…"G20 포함 외교현안 산적"
사드배치 문제제기 수위조절…"동맹약속 지켜…원점 재검토 아냐"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청와대가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을 향한 '준비모드'에 본격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정상회담 준비를 진두지휘할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 임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고, 한·미 양국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국내 배치 문제를 놓고는 '톤'을 조절하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9일 오전 강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해줄 것을 국회에 간곡히 요청했다고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회를 상대로 직접 호소에 나선 것은 그만큼 외교적 현안대응이 시급하다는 엄중한 상황인식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이달 말로 다가온 한·미 정상회담을 '외교수장' 이 부재한 상태로 준비하는 것은 비정상적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인식이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치러지는 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려면 외교장관이 지휘봉을 잡고 치밀하고 일사불란하게 준비작업을 끌어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와대는 당초 이날 외교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와 정상회담 준비회의를 가질 예정이었으나, 강 후보자의 국회 청문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결국 청와대 실무자들만 모인 채 '반쪽 회의'를 했다.
뿐만 아니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달 초 독일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는 문 대통령이 참석하는 첫 다자외교 무대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과 유럽 국가들의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간에서 문 대통령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려면 지금부터 철저한 전략수립과 준비가 필요하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박 대변인은 오전 브리핑에서 "국회는 그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첫 단추 끼우기를 목전에 두고 있다"며 "바로 한미정상회담 개최와 다음 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서 주요 정상들과의 정상회담 등 외교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밝혔다.
또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청와대가 한·미간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는 사드 문제에 대해 '로우키' 모드로 돌아선 점이다.
청와대는 지난달말부터 전(前) 정부의 안보라인이 사드를 서둘러 국내에 배치하기로 결정한 뒤 ▲정식 환경영향평가를 의도적으로 회피하고 ▲새 정부에 대한 보고과정에서도 사드 추가반입 사실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고 보고 이를 적극 공론화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국방부가 자체 경위조사에 착수했고, 감사원이 사드 배치 결정 전(全) 과정에 대한 감찰에 착수할 것이란 전망으로 이어졌다. 사업 승인 전(前) 단계인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되면서 사드 배치 자체가 사실상 원점 재검토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대두됐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날부터 발언수위와 내용을 조심스럽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을 조사하는 것은 국내절차적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이지, 사드배치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것 아니라는 쪽으로 공식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드 대응과 관련한 '3원칙'을 발표했다. 3원칙은 ▲한·미 동맹 차원에서 약속한 내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의도가 없고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및 투명성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국내적으로 필요한 절차를 밟아나가고자 하며 ▲사드배치 문제에 있어 국익과 안보적 필요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나간다는 것이다.
정 실장은 또 논란이 되고 있는 환경영향평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와 관련, 청와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진행 중인 사드 기(旣) 배치 부분은 철회할 이유가 없으며 추가 배치 여부나 시기는 국방부가 결정하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 평가가 사업취득전 시행되는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원점 재검토' 논란에 분명한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표명은 새 정부가 사드 배치를 백지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미국 조야 일각의 시각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청와대는 앞으로 양국관계에 마찰을 초래할 소지가 있는 사드 문제를 지나치게 부각시킬 경우 정상회담 분위기에 좋지 못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당분간 사드 문제를 적극 공론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방부의 환경영향평가 회피 의혹 등에 대한 조사와 관련해 "청와대 차원의 조사는 끝났다"며 "관련 부처에서 경위조사가 이뤄질 것이고 필요할 경우 감사원 감찰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rh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