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미사일보다 기술부담 적어"
(뉴욕=연합뉴스) 이준서 특파원 = 북한 김정은 정권이 핵 도발을 감행한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같은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전자기탄(EMP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미국에서 나왔다.
'핵 EMP'는 핵탄두를 공중에서 폭발시켜 해당 지역의 전력 회로망과 컴퓨터망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전자장비를 파괴하거나 마비시킬 수 있는 강력한 전자파를 순식간에 분출하는 무기이다. 파괴력은 수백㎞ 이상 떨어진 곳의 지하 케이블도 손상할 정도로 엄청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핸리 쿠퍼 전 전략방위구상(SDI) 국장은 9일자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가하는 데에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게 일반적 통념이지만, 미국과 핵전쟁을 일으키겠다는 북한의 바람을 결코 축소 평가하거나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의 위험은 남한, 그리고 약 2만8천 명의 주한미군에게는 직접적"이라며 가장 가능성 큰 공격 형태로 EMP탄을꼽았다.
쿠퍼 전 국장은 "미국 의회 EMP위원회 조사를 통해 2004년 러시아의 EMP 기술이 북한으로 이전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불과 몇 년이면 북한이 EMP 기술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EMP는 상대적으로 정확성의 부담이 적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북한으로서는 완벽한 미사일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쿠퍼 전 국장은 "김정은 정권은 첫번째 공격수단으로서 직접적인 핵미사일보다는 핵 EMP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냉전 시절인 1962년 미국이 태평양 상공에서 일명 '스타피시 프라임' 핵실험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EMP가 발생해, 1천400㎞ 이상 떨어진 하와이의 전기시스템이 마비된 사례도 거론했다.
조지 H.W. 부시 행정부에서 '스타워즈(별들의 전쟁) 구상'을 진두에서 지휘했던 핸리 쿠퍼는 미사일 분야 전문가로 꼽힌다.
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