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 자격 잃고 6개월형 직면…호주 안팎서 암암리에 이어져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의 이슬람 성직자(이맘)가 14세 소녀와 그보다 20세 많은 남성과의 결혼식을 주관했다가 결혼 주례 자격이 취소되고 6개월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처지에 몰렸다.
10일 호주 언론에 따르면 보스니아 출신 이맘인 이브라힘 오메르딕은 14세 소녀와 34세 남성 간 비밀 결혼식을 주관했다가 지난 8일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았다.
호주에서 이런 미성년 강제결혼이 2013년 범죄로 규정된 이후 이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기는 오메르딕이 처음이라고 호주 언론은 전했다.
재판 기록에 따르면 오메르딕은 지난해 9월 멜버른에서 은밀하게 열린 결혼식의 주례를 맡았다. 결혼식은 신랑의 휴대전화에 고스란히 촬영됐다.
14살 신부의 지참금으로 1천480 호주달러(125만 원) 상당의 금목걸이가 이용됐고, 주례를 선 오메르딕은 어린 신부에게 남편에 대한 복종은 의무라고 설명했다.
오메르딕은 "(남편이)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일을 해라. (남편이) 좋아하지 않는 일이라면 그것을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메르딕은 혐의를 부인했다. 신랑과 신부의 신분증명서를 보지 않아 나이를 알 수 없는 처지에서 신부가 대략 17살 정도로 보였고, 당시 결혼식이 진짜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으나 재판부를 설득하지는 못했다.
오메드릭은 결혼식 당시 보스니아 이슬람 사회와 멜버른 지역 한 사원의 이맘으로 지내고 있었지만 지난해 11월 체포된 뒤 해임됐으며 주례 자격도 잃었다.
신랑의 경우 강제결혼 혐의를 부인하다 경찰이 처벌 수위가 높은 아동 성폭행 혐의를 적용하겠다고 압박하자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맘 위원회 등 호주 빅토리아주 이슬람 사회는 이 사건 후 "다른 나라와 문화권에서는 어린 나이의 결혼이 허락되고 있지만, 호주인 무슬림들은 호주 법을 준수하고 존중해야 한다"며 여전히 암암리에 진행되는 강제결혼을 비판했다.
호주 연방경찰은 100건 이상의 강제결혼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소녀들이 보복을 두려워해 신고하지 않는 사례가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또 호주에서는 불법인 만큼 많은 여자 어린이가 강제결혼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과 레바논, 파키스탄과 같은 나라들로 보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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