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부총리 "획일적인 정규직화 바람직하지 않아"…공약 조정 필요 시사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취지 자체는 공감…직무급제 전환 유력
"구조 개혁 없이 성과 없어 사회적 대타협과 빅딜 필요"
(세종=연합뉴스) 정책팀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공식 외부 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공약을 다시 한 번 약속했다.
문재인 정부의 첫 경제 수장으로 취임한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공약 이행을 책임져야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김 부총리는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문 대통령의 공약을 다소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작년에 도입하면서 잡음이 컸던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경우도 갈등 해소를 위해 노사 합의로 보수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연봉제 도입 취지인 합리적인 보수체계 개편에 관해서는 공감하는 만큼 호봉제와 같은 과거 제도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은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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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획일적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바람직하지 않아" 현실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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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부총리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공공부문에서 모범을 보이겠지만 획일적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는 다소 배치되는 발언이다.
김 부총리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답변 자료에는 이러한 뜻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문 대통령의 공약인 '비정규직 제로'에 대해서 "그만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인식의 표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김 부총리의 답변에는 공약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에 부합하는 정책을 내놔야 하는 실무 책임자의 고민이 서려 있다. 칼로 무를 자르듯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재원 등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다면 공약 구호를 그대로 따를 경우 비정규직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본질이 오히려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가 청문회에서 '대통령의 약속을 다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가능하면 지키려고 애를 쓰겠지만, 공약 우선순위나 공약 간 정합성을 봐서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규직화 정책은 이렇게 현실적인 면을 고려해 고용원칙을 큰 틀에서 정립하고서, 점차 세부적으로 들어가는 방식을 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총리는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 고용원칙을 확립하는 등 큰 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TF(태스크포스)'에서 현장 실태조사를 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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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과연봉제 취지는 공감…노사합의 전제로 직무급제 도입 전망
김 부총리는 작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성과연봉제에 대해서는 손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국회 답변서에서 지난 정부 정책 중 시급히 중단할 필요가 있는 정책 중 하나로 공공기관 성과연봉제를 꼽았다.
그는 "투명성과 시장원리를 저해하거나 사회적 합의 없이 추진된 정책은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합의에 기반해 자율적으로 임금체계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의 비효율적인 체질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는 성과연봉제를 대폭 확대했다.
기존 간부직 직원에게만 적용되던 성과급제를 최하위직급을 제외한 비간부직(4급 이상) 일반 직원으로 확대키로 하면서 적용 직원 비중은 70%로 늘어났다.
박근혜 정부는 도입하면 경영평가 때 혜택을 주고 늦게 도입하면 인건비 예산 증액에 제한을 준다면서 당근과 채찍을 병행했다.
그 결과 작년 6월 10일 대상 공공기관 120곳이 모두 성과연봉제를 조기 도입했지만 48곳이 노사합의를 이루지 못하는 바람에 소송과 파업 등 충돌이 빚어졌다.
김 부총리는 이러한 갈등을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존의 호봉제로 되돌아가기보다는 공공부문의 저효율과 방만을 해결하려는 원취지는 살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김 부총리는 청문회에서 "성과에 상응하는 공정 보상체계로 가야 한다. 제대로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생산성 제고와 양질의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한 합리적인 보수체계 개편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단순히 연공서열대로 급여가 올라가는 구조는 맞지 않는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한 방향이다.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는 연공서열이 아닌 업무 성격이나 난이도, 직무 책임성에 따라서 임금의 차이를 두는 직무급제가 유력한 상황이다.
◇ 노동계·재계 등 반발 불가피…사회적 대타협 필요
이러한 김 부총리의 공공기관 정책 방향성은 노동계의 기대와는 다를 수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는 비정규직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김 부총리는 "공공기관 내 직접전환도 있지만 자회사 설립도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청문회에서 말한 바 있다.
노동계에서는 자회사 설립 방식이 '무늬만 정규직'을 양산해 간접고용만 늘린다고 반발한다. 노동조건은 결국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이다.
비정규직의 범위에 대한 논란도 있다. 정부는 간접고용 형태로 해당 기관에 소속되지 않은 인력은 비정규직으로 계산하지 않는다.
이에 따른 공공기관 비정규직 수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3만7천400명으로 전체의 8.7%다.
하지만 노동계는 무기계약직과 소속 외 인력도 비정규직으로 본다.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비정규직 수는 14만4천명으로 전체의 33.6%까지 늘어난다.
정규직 전환 범위와 관련한 논란이기에 노동계는 쉽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다.
김 부총리는 경제사회구조가 바뀌고 고용형태가 다양화하면서 정책적 우선순위를 둘 비정규직의 범위를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제시된 직무급제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직무 구분, 직무 가치, 각 직무별 임금 차이 등을 판단할 때 공정성 확보가 어렵다는 의견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민간부문으로 확산시키는 방안도 과제로 남는다.
김 부총리는 "사회적 합의와 국회 입법을 통해 예측성 있게 추진함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의 다른 공약과 함께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회적 대화를 통해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는 "균형 잡힌 노동시장과 구조 개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큰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어느 한쪽만 보면 이념론이 될 수 있어 공론화를 통해 양보할 것은 하며 사회적 대타협과 빅딜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vs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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