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지도부 비리의혹 폭로한 부동산재벌 겨냥 '입막음' 의도 해석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 당국이 지도부의 비리 의혹을 잇따라 폭로한 도미(渡美) 부동산 재벌인 궈원구이(郭文貴)의 부하 직원들을 사기 대출 혐의로 기소한데 이어 공개 재판을 진행해 궈원구이의 폭로 중단과 송환을 위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따르면 중국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 시강(西崗)구 인민법원은 9일 궈원구이가 지배주주인 판구(盤古氏)인베스트먼트 임원 3명의 사기 대출 혐의에 대한 공개 심리를 진행하고 심리 과정을 인터넷으로 실시간 중계했다.
검찰은 기소장에서 양잉(楊英)과 루타오(呂濤),제훙린(解洪淋) 등 판구인베스트먼트 임원들이 2010년 궈원구이의 교사로 서류를 위조해 농업은행에서 32억 위안(약 5천300억 원)을 대출받았다고 밝혔다.
검찰은 판구인베스트먼트가 2014년 대출 원리금을 상환했지만, 자금이 계약서에 적시된 베이징(北京) 올림픽 경기장 인근 판구플라자(盤古大觀) 공사 외에 다른 용도로도 사용됐다며 궈원구이가 은행에서 확보한 외화를 이용해 2번째 개인 전용기도 구입했다고 밝혔다.
판구인베스트먼트 임원 3명은 심리에서 궈원구이의 지시로 건설 계약과 서류를 조작해 은행에 대출과 환전을 신청했으며 대출금이 민주증권 인수 등에 사용됐다고 시인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번 재판이 궈원구이가 소유한 판구투자공사와 제니스(北京政泉)홀딩스 관련 소송의 시작이라며 궈원구이를 상대로 한 추가적인 소송이 진행될 것임을 시사했다.
이에 대해 궈원구이는 해외 매체에 판구인베스트먼트 임원 3명이 가장 신뢰하는 직원들이라면서도 서류 위조 지시 혐의는 부인했다.
또, 궈원구이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심정이 매우 복잡하다며 부정한 세력과 경찰을 통한 국가통치 반대, 부정한 세력을 통한 부패 척결 반대 등 자신의 신조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 크게 인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하직원에 대한 재판에도 중국 지도부의 비리 의혹에 대한 폭로를 지속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이 궈원구이의 비리 의혹을 대외에 공개한 것이 중국 부유층과 고위관리의 추가적인 해외 엑소더스를 막으려는 것이라고 관측했다.
시사평론가 량징은 중국공산당이 해외 이주를 통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반부패 캠페인을 피하려 하는 정치, 경제 엘리트에게 본보기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궈원구이가 폭로한 다양한 의혹들이 중국 엘리트 계층에 엄청난 영향을 주고 있어 지도부에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궈원구이는 올초부터 트위터와 미국의소리(VOA) 등 매체를 통해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겸 정치국 상무위원 등 중국 지도부나 기업가의 비리 의혹을 폭로해왔다. 중국 당국은 이에 맞서 인터폴에 궈원구이의 적색 수배를 요청하고 그와 부패 관리들이 연계됐다는 선전전을 공개적으로 전개했다.
한편, 호주 예술가 데이비드 브롬리의 중국계 부인 유즈 브롬리는 궈원구이가 최근 자신을 왕 서기의 사생 딸이라는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터무니없다며 명예훼손 소송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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