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말로 하는 액션…'알쓸신잡'의 사통팔달 수다

입력 2017-06-11 09:00   수정 2017-06-11 10:21

이것은 말로 하는 액션…'알쓸신잡'의 사통팔달 수다

유시민 중심 끝도없는 이야기…대화 속 책·작가·장소 실검 순위 장식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이번에도 성공이다.

드라마 시청률도 2%로 떨어지는 시대에 배 나온 아저씨들을 내세운 예능이 2회 연속 시청률 5%대를 기록했다. 예능 프로그램들의 진검승부가 펼쳐지는 '불금'에 '말발'의 힘으로 이같은 결과를 냈으니 방송가가 또 술렁거린다.

스타 PD 나영석의 신작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알쓸신잡)이 지난 2일 1회 5.4%, 9일 2회 5.7%를 기록하며 안착하는 모습이다.

먹방·쿡방도, 현란한 개인기도, 정글탐험도, 걸그룹 데뷔쇼도 없다. 이국적 풍광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연예인 스타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나영석 PD가 예능의 영역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또다시 성공했다.





◇ '꽃보다 아재'…수다가 액션이 되다

'먹고 마시고 여행하는' 나 PD 프로그램의 기본 콘셉트는 이번에도 유효하다. '할배'도 '청춘'도 아닌 '아재'들이 출연하니, '꽃보다 아재' 정도에 위치하는 프로그램이 되겠다.

다만 이번에는 해외 여행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출연진의 입에 카메라가 집중한다. 초점이 아재들의 '수다'에 맞춰져 있다.

'먹고 마시고 여행하는' 콘셉트를 끊임없이 응용, 변주해나가고 있는 나 PD의 실험은 이번에도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무엇보다 연예인이 없다. 음악인 유희열이 MC를 맡고 있지만 그의 존재감은 매우 작다. 대신, 대중적으로 유명한 '지식인'들이 주연으로 나섰다.

그런데 예능이다. 지식인들이 게임을 하거나, 개그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국내를 여행하며 수다를 떨 뿐이다. 고담준론이 펼쳐지는 것도 아니고, 시청자에게 강연하는 것도 아니다. 그 모습을 카메라로 쫓을 뿐인데, 그게 재미를 주는 예능이 됐다.





무기는 끝도 없는 수다다. 한번 시작된 수다는 '끝없는 이야기'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사통팔달 무한대로 이야기를 확장한다. 소재와 주제가 광범위하고 동선이 넓다. 스타가 자신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펼쳐놓는 여느 토크쇼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제목처럼 '알아두면 쓸데없는' 것은 아니고,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이야기들이 펼쳐지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나름대로 '지적인 대화'이긴 하나, 실제로 15~18시간씩 펼쳐지는 수다를 다 듣고 있으면 시청자가 졸거나, 녹다운될 수 있을 이야기들이다.

여기서 나 PD의 편집술이 등판한다. 이 스타 PD는 특유의 예능적 감각으로 이들의 수다를 지루하지 않게, 포인트만 추려서 매끈하게 편집해냈다. 수다가 지루할 만할 때쯤 과감히 건너뛰고 새로운 수다를 갖다 붙이면서 아재들의 맥락 없는 이야기를 리드미컬하게 편집해 시청자에게 내놓았다.

나 PD의 영리한 편집술 덕분에 40~50년을 살아온 지식인 아재들의 수다가 말로 하는 액션이 됐다. 별반 움직이지 않고 수다만 펼치는데 그게 액션 영상을 보듯 시선을 잡는 것이다.






◇ '알아두면 나쁘지 않을' 이야기들…시청자, 검색어로 즉각 반응

지난 9일 '알쓸신잡'의 방송 직후 작가 유시민의 '항소이유서'가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실검) 순위 1위가 됐다. 소설가 김승옥과 '무진기행'도 상위에 올랐다.

첫회 방송 직후에는 자와할랄 네루의 '세계사 편력'이 실검 순위 상위로 치고 올라왔고, '통영 다찌집' '미토콘드리아'도 많이 검색한 단어가 됐다.

제목과 달리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유익한' 수다가 많다. MC 유희열도 첫회에서 박경리의 '토지'를 접한 후 2회에서 '토지'를 구매했다고 '고백'했듯, 많은 시청자가 '알쓸신잡'을 보고 나서 몰랐던 영역으로 시선을 돌렸을 듯하다.

'알쓸신잡'은 책을 놓고 토론하거나, 삶에 필요한 강연을 펼치는 등 요즘 쏟아지는 '교양 예능'과는 거리가 있다. 특정 주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뭔가를 알려주려고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을 보면서 뭔가를 검색하고 찾아보는 '효과'를 유발하고 있다. 앞서 '윤식당'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며 부러움을 표시했던 시청자들은, 아저씨들의 하염없지만 뭔가 알맹이가 있는 수다를 들으면서 '나도 저런 건 좀 알아둬야겠다'는 의욕을 느끼고 있다.

"지적토크 수준이…최상급 호강합니다"(네이버 아이디 'flow****'), "그 흔한 아이돌 하나 없는데 이렇게 재미날 수 있다니"('chan****'), "생각보다 너무 재밌다. 보면서 지식에 대한 욕구도 생겨나고"('yoon****') 등의 호평이 나온다.







◇ 유시민에게 쏠린 무게중심…'질펀함'은 경계해야

단 2회 방송됐을 뿐인데, 작가 유시민이 아이돌들을 제치고 네이버 연예면을 장식했다. 스타급 인기와 관심이다.

이는 '알쓸신잡'의 수다가 유시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내로라하는 지식인 4명이 출연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는 유시민에게 무게중심이 쏠렸다. '섭외 천재' 나 PD가 고른 네 명의 지식인은 이번에도 좋은 궁합을 보여주는 것 같은데, 아직은 유시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맞춰진다.

'알쓸신잡'이 '유시민쇼'를 보여주려고 하는 게 아닌 다음에야 지금과 같은 비중은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를 해칠 수도 있다. 시청자는 좀 더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인데, 목소리 큰 사람, 의견이 단호한 사람 쪽으로 대화가 끌려다닐 우려가 벌써 노출되고 있다.

'질펀함'도 경계해야 한다. '꽃보다' 시리즈도, '삼시세끼' 시리즈도 모두 '절제'를 하나의 규칙으로 설정했다. 돈 많이 버는 스타들이 출연하지만, 해당 프로그램 안에서는 '빠듯한 여행비'를 가지고 알뜰살뜰 여행을 해야 했다.

그런데 '알쓸신잡'은 1회에서 통영 다찌집을 찾았다가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다. 그래 봤자 수다나 떨면서 비싼 음식점을 찾았다는 것이다. 술이 한껏 오른 얼굴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청소년들이 보기엔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술은 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얼굴색이 변해서 방송하는 모습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ds1i****'), "(유시민은) 결국 하나의 논제에서 다른 이의 관점도 이해를 해야 하는데 (중략) 자기 생각이 정답이라는 사고방식은 위험하다"('vxmx****') 등의 의견이 나온다.

화려한 멍석 위에서 펼쳐지는 '지식인들의 언어유희'로 흘러가지 않기 위해서는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prett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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