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총선, 예정대로 내년 봄에…렌치 "조기총선 물 건너가"

입력 2017-06-10 22:59  

伊총선, 예정대로 내년 봄에…렌치 "조기총선 물 건너가"

'빅4' 정당 선거법 개정 합의안 폐기 여파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이탈리아가 연내로 조기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무산됐다고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전 총리가 밝혔다.

집권 민주당(PD)의 대표인 렌치 전 총리는 10일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총선은 이번 의회의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에 진행될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의 이런 발언은 최근 민주당과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 극우정당 북부동맹 등 '빅4' 정당이 합의한 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8일 하원 투표 단계에서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이견으로 최종 폐기된 후 나온 것이다.






'빅4' 정당은 일련의 협상 끝에 각 정당이 얻은 지지율 만큼 의석수를 보장받는 독일식 비례 대표제를 채택하고, 의회 진입 하한선을 지지율 5%로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을 도출해 이르면 오는 9월 총선이 치러질 수 있다는 전망이 급부상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하원 토의와 투표에서 선거법 개정안 세부 조항에 대한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첨예한 의견 대립이 분출하며 개정안은 결국 효력을 잃었다.

이탈리아 정치권에서는 작년 12월 상원 대폭 축소를 골자로 한 헌법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돼 렌치 전 총리가 사임한 뒤 조기 총선에 대한 요구가 달아올랐으나 의회 해산권을 가진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이 조기 총선을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이 다른 방식으로 이뤄진 현행 선거법을 여야 합의로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고 일축함에 따라 그동안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매달려왔다.

렌치 전 총리는 이날 "우리는 선거법 개정을 시도해봤으나 이제 게임은 끝났다. 실패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 지는 명확하다"고 말하며 이번 합의안이 사장된 책임을 오성운동에 돌렸다.






그는 과거에도 오성운동이 여러 차례 의회 투표 단계에서 양당 간 사전 합의를 깬 사례를 지적하며 오성운동은 "믿지 못할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오성운동은 그러나 합의안 폐기의 최종적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며 두 세력 간의 비방전도 가열되고 있다.

렌치 총리는 이탈리아 앞에는 부실 은행 문제와 일자리 창출 등 시급한 현안이 놓여 있어 한시도 지체할 시간이 없다며 현재 정부를 이끌고 있는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 내각이 안정적으로 정국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는 지난 주 '빅4' 정당의 선거법 개정안 합의로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가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금융 시장이 요동을 친 바 있다.

그러나, 올 가을 조기 총선을 치러 총리직에 복귀하겠다는 구상 아래 선거법 개정을 밀어붙여 온 렌치 전 총리가 조기 총선 실시를 사실상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에 따라 총선은 결국 원래 예정대로 현재 의회 임기가 끝나는 내년 봄에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각각 30% 안팎으로 엇비슷하게 나타나 차기 총선에서 혈투를 예고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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