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을 만나 유럽의 난민 위기는 이탈리아에만 부담을 줘서는 안되는 문제로 집합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0일 로마 중심가에 위치한 대통령궁 퀴리날레를 찾아 마타렐라 대통령과 환담했다.
교황은 2015년 4월 마테렐라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바티칸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의 이번 회동에서 유럽의 난민 문제와 이탈리아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한 일자리 부족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교황은 유럽행 아프리카 난민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지중해에서 난민들의 구조를 위해 큰 몫을 하고 있는 이탈리아 당국의 노력을 칭송하며 "대규모로 복잡하게 진행되는 현재의 난민 양상이 지속되는 한 소수의 나라만 부담을 온전히 짊어질 수는 없다. 난민 문제를 풀기 위한 광범위하고 기민한 국제적 협력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에서 아르헨티나로 이주한 부모님을 둔 교황은 이어 "인간과 가족, 일의 존엄성이라는 근본적인 가치가 이전 세대로부터 계승되어 온 이탈리아에 희망을 갖고 있다"며 현재의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인들이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교황은 "안정적인 일자리와 효과적인 가족 정책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발전과 균형잡힌 성장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젊은 세대가 저임금과 불안정한 직업으로 인해 결혼과 출산을 늦추고 있는 세태에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2008년 닥친 글로벌 금융 위기 이래 실업률이 약 2배로 급증했고, 특히 26세 이하의 청년 실업률은 34%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편,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을 태운 파란색 포드 소형차는 특별한 교통 통제 없이 오토바이, 시내 버스, 일반 차량과 함께 섞여 운행해 퀴리날레 궁에 도착했다. 교황은 이동 도중 길가의 관광객들과 눈이 마주치자, 놀란 관광객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도 목격됐다.
교황은 퀴리날레 궁에서 마타렐라 대통령을 예방한 직후에는 작년 8월 이탈리아 중부 산간 지대에서 일어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어린이 200명을 만나 담소를 나눴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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