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출신으로 첫 우승…비시드 선수로는 84년 만에 정상
투어대회 우승조차 없는 무명…메이저 대회서 첫 우승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여자테니스에 '신데렐라'가 등장했다. 20세 신예 옐레나 오스타펜코(47위·라트비아)가 시모나 할레프(4위·루마니아)를 꺾고 프랑스오픈 '여제'에 등극했다.
오스타펜코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롤랑가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천600만 유로·약 452억원) 여자단식 결승에서 할레프에 2-1(4-6 6-4 6-3)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올해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은 세리나 윌리엄스(2위·미국)가 임신으로 불참을 선언하고, 마리야 샤라포바(178위·러시아)가 출전하지 못하면서 '춘추전국 시대'를 예고했다.
16강에서 지난해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우승자 가르비녜 무구루사(5위·스페인)까지 탈락하면서 누가 우승하든 처음으로 '롤랑가로스 여왕'에 등극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2014년 프랑스오픈 준우승 할레프의 우세를 점쳤지만, 오스타펜코는 이러한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역전승을 거뒀다.
수비를 도외시하고 강한 공격 일변도로 경기를 풀어간 오스타펜코는 할레프의 끈질긴 수비를 뚫고 기적을 만들었다.
1세트 오스타펜코는 게임스코어 4-4에서 브레이크 당하며 궁지에 몰렸고, 할레프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지 못해 4-6으로 세트를 내줬다.
오스타펜코는 2세트에도 0-3으로 끌려갔지만, 파상공세로 상대를 흔들며 6-4로 역전했다.
최종 3세트에서 오스타펜코는 제대로 불이 붙었다. 상대 라인을 노리는 다운더라인을 연달아 성공하면서 6-3으로 승리했다.
이날 오스타펜코는 공격 성공 54대 8, 서브 에이스 3대 0으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다.
비록 더블 폴트 5대 0에 범실 54대 10으로 실수도 잦았지만, 뒤를 생각하지 않는 화려한 플레이로 프랑스오픈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오스타펜코는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에 비시드 선수로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는 진기록을 세웠다. 더불어 라트비아 출신 첫 우승자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오스타펜코는 우승을 확정한 뒤 "이렇게 큰 경기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우승한 걸 믿을 수 없다. 환상적인 응원이었다"며 "세계적인 무대에서 그들과 경쟁해 멋진 경기를 한 게 감격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샤라포바에게 밀려 프랑스오픈 준우승에 그쳤던 할레프는 역대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할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1978년 비르지니아 루지치 이후 루마니아 선수로는 첫 프랑스오픈 정상에 도전했던 할레프는 여러 차례 경기를 끝낼 기회를 잡고도 결정력 부재로 눈물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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