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선수 아버지, 테니스 선수 어머니 둔 볼룸 댄서 출신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세계 테니스계를 강타한 올해 프랑스오픈 여자단식 챔피언 옐레나 오스타펜코(47위·라트비아)가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에 대한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스타펜코는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여자단식 결승에서 시모나 할레프(4위·루마니아)를 2-1(4-6 6-4 6-3)로 꺾고 메이저 대회 정상에 우뚝 섰다.
이전까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단식 우승 경험도 없었던 오스타펜코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우승까지 일궈내며 우승 상금 210만 유로(약 26억3천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시드가 없는 선수로는 1933년 마거릿 스크리븐(영국) 이후 84년 만에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을 제패한 오스타펜코는 특히 2세트 게임스코어 0-3까지 끌려가 패색이 짙었으나 이를 뒤집었다.
게다가 이어진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브레이크 포인트를 세 번이나 허용하는 위기도 극복했다.
오스타펜코는 경기를 마친 뒤 "그때 경기를 즐기면서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을 먹었고 그때가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 같다"고 떠올렸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오스타펜코가 팬들의 주목을 받은 것은 특유의 저돌적인 공격형 스타일의 선수라는 점이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7경기를 치르면서 무려 299개의 공격 성공을 기록했다. 이는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다 횟수다.
'클레이코트의 황제'로 불리는 라파엘 나달(4위·스페인)도 6경기에서 141개에 불과하다.
경기당 공격 성공은 오스타펜코가 42.7개, 나달은 23.5개다.
특히 이번 대회 평균 포핸드 샷 속도는 오스타펜코가 시속 122㎞로 남녀 선수를 통틀어 4위에 올랐다는 점이 화제가 됐다. 남자 세계 1위 앤디 머리(영국)의 평균 시속 117㎞보다 빨랐다.
이번 대회 준결승이 열린 8일이 20번째 생일이었을 정도로 어린 선수라 앞으로 발전 가능성도 기대된다.
3주 앞으로 다가온 윔블던은 오스타펜코가 손꼽아 기다리는 대회다.
오스타펜코는 주니어 시절인 2014년에 윔블던 주니어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다.
그는 "잔디 코트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코트 가운데 하나라 윔블던이 기다려진다"며 "남은 기간 윔블던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번 프랑스오픈이 열린 클레이코트와 윔블던 개최 장소인 잔디 코트는 특성이 정반대다.
하드, 클레이, 잔디 등 세 종류의 코트 가운데 공이 바닥에 닿은 뒤 속도가 가장 많이 느려지는 곳이 클레이코트,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는 곳이 잔디 코트다.
따라서 특유의 강타와 공격적인 성향의 오스타펜코에게 더 어울리는 곳은 잔디 코트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오스타펜코는 부모로부터 '스포츠 유전자'를 물려받은 선수다.
아버지 예브게니스 오스타펜코는 우크라이나 프로축구팀에서 골키퍼로 뛰었고 어머니 옐레나 야코플레바는 테니스 선수 출신이다.
어릴 때는 볼룸 댄스를 배우기도 했다. 그는 이번 대회 초반 AFP통신과 인터뷰에서 "평일에는 하루에 한 번 정도 볼룸 댄스를 익힌다"며 "코트 위 풋 워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삼바를 가장 좋아한다는 오스타펜코는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2위까지 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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