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단교 일주일' 일상 되찾아가는 카타르…"노 프라블럼"

입력 2017-06-12 14:27   수정 2017-06-12 14:49

[르포] '단교 일주일' 일상 되찾아가는 카타르…"노 프라블럼"

극도 불안감 사라지고 '사재기'도 눈에 띄지 않아

대형 마트 과일·우유 등 미국·유럽산으로 채워져…일부 가격 폭등

외국 언론 보도는 "거짓말"…불신하며 예민한 반응

일부 외국인 근로자는 "무슨 일 일어날지 모른다"



(도하=연합뉴스) 김태종 기자 = 11일 낮 12시 30분(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시내에 위치한 한 대형 마트.

도하에서는 가장 큰 마트 중 하나인 이곳에서는 낮 시간대이지만 장을 보러 나온 이들도 다소 붐볐다.

라마단 기간인 탓에 낮에는 오전 10시부터 낮 1시 30분까지만 문을 열어 항상 이 시간대에도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 마트는 문을 닫았다가 오후 7시 30분에 다시 문을 열어 자정까지 영업한다.

이날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7개국이 카타르와 단교를 선언한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었다.






장을 보는 이들의 모습은 한국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서 그런지 큰 불안감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의 카트에 먹거리를 '사재기'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모습도 없었다. 진열장에는 텅 빈 곳도 눈에 띄지 않았다.

이곳 직원들은 평상시 손님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했다. 단교 직후 감돌았던 불안감과 긴장감은 한풀 꺾인 듯한 모습이었다.

대신 진열장에는 아랍권 이외 지역에서 온 물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과일과 유제품이 특히 그랬다.

그동안 상당수 먹거리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들어왔으나, 단교 이후 공급이 끊기면서 미국과 유럽산이 빈 공간을 채운 것이다.

특히 사우디산이 대부분이었던 우유는 이제 터키에서 온 제품으로 대체됐다.

과일 원산지는 이탈리아와 미국 국기가 그려져 있었다. 단교 전에는 아랍에미리트와 요르단 등의 국기가 있었다.

이 마트 과일 코너 직원 리슨(22) 씨는 "(단교) 처음에는 사람들이 조금 더 있었는데, 지금은 평상시와 같다"며 "예전과 특별히 다른 걸 느끼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굳이 차이점이라면 사우디에서 물건이 들어오지 못하면서 미국이나 이탈리아 등에서 들어오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네팔에서 온 그는 카타르 생활이 2년 3개월 됐다.

육류 판매대 직원 삼손(30·필리핀) 씨도 손으로 '약간'을 뜻하는 표현을 하며 "며칠 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곳 생활이 4년째인 그는 또 진열대를 가리키며 "아직 재고가 많아서 금세 동나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웃었다.






마트에서 만난 카타르 여성들은 아예 손을 내저었다.

이슬람 전통 의상인 차도르를 입은 30대 카타르 여성은 "모든 것은 다 그대로다(Everything is OK)"라는 한 마디로 밖에서 바라보는 불안감을 일축했다.

이 여성은 단교에 대해 "전혀 불안하거나 하지 않다"고도 했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당신이 지금 보고 있지 않으냐, 물건은 그대로 다 있고, 사람들이 보통 때와 똑같지 않나"라고 웃었다.

마침 마트에서 식료품을 사러 온 한국인 여성 2명도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이 지역 항공사 승무원으로 4년째 일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단교 소식을 듣고 좀 불안하긴 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이들은 "우유 같은 것은 사우디에서 안 오고 터키에서 오는 데 개인적으로는 터키산을 더 좋아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웃 나라로부터 공급이 끊기면서 일부 식품은 가격이 크게 뛰었다.

사과의 경우 원산지에 따라 ㎏당 12리얄(약 3천600원)과 13리얄(약 3천900원)로 판매되고 있다. 아랍권에서 들어올 때는 6리얄(약 1천800원)이나 7리얄(약 2천100원)이었는데, 일주일 만에 두 배가 된 셈이다.

달걀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일부 채소는 동나서 '외부 수혈'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카타르에서 25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국인 이말재(68) 씨는 "달걀은 10알짜리가 15리얄(약 4천500원)이었는데 거의 두 배로 뛰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것보다 채소가 비상"이라며 "특히, 양파와 마늘 등은 아직 구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현지인들은 단교에 따른 불안감보다 불안하다고 분위기를 조성하는 외국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일부는 언론 취재에 잔뜩 경계심을 보이기도 했다.

필리핀 출신 호텔 여직원 아셀(27) 씨는 최근 '사재기, 불안 고조' 등 카타르에 대한 언론 보도에 "인터넷에 나오는 것은 모두 거짓말(lie)"이라고 잘라 말했다.

3년 전 카자흐스탄에서 온 리나(28) 씨는 "선전(propaganda)"이라고 했다.

이들은 "항공편이 끊긴 것 말고 달라진 게 뭐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것도 조만간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공공장소에서 사진 촬영 등은 엄격히 통제됐다. 불필요한 보도로 불안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마트에서도 촬영이 금지됐다. 사진 촬영을 한다 싶으면 마트 보안 요원이 엄격하게 이를 막았다.

지난 10일 한국 축구대표팀이 입국할 당시에도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 내에서 촬영할 수 없었다.

다른 것도 아닌 자신들의 나라에서 축구 경기를 하기 위해 입국하는 한국 선수들의 모습을 찍지 못하게 했다. 사전 허가가 필요하다는 이유였다.

결국, 출국장을 나오는 선수들의 장면은 촬영하지 못하고, 공항 청사를 나오는 모습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카타르는 공공장소에서 사전 허가 없이 촬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교 사태 이후 더욱 예민해져 엄격하게 통제하는 분위기다.

단교 일주일째 일상을 되찾아가고 있는 카타르였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불안함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리슨 씨는 "가격이 오를 것에 대비해 집에 음식을 평소보다는 많아 사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달 말에 네팔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Anything can happen)"고 말했다.

총인구가 260만명인 카타르에는 서비스업 등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무려 23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aejong7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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