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폰 유통경로 추적하던 중 경찰에 덜미…"제재방안 마련해야"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인터넷전화 발신번호를 일반 휴대전화 번호로 둔갑시키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제작·판매한 별정통신사 대표가 경찰에 붙잡혔다. 해당 앱은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도 쓰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015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발신자 번호 변조서비스를 제공한 혐의(전기통신사업법 위반)로 이모(60)씨를 불구속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현행법상 발신번호를 조작하거나 그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 앱을 설치하고 계정을 생성하면 '070'으로 시작하는 인터넷전화 발신번호를 본인인증을 거쳐 '010'으로 바꿀 수 있다.
해당 앱은 미리 충전한 금액만큼 통화할 수 있는 선불제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된 것으로 조사됐다.
초기에는 '02', '031' 등 원하는 숫자로 발신번호를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지적을 받은 뒤 이씨는 본인인증제도를 도입해 일반 휴대전화번호로만 번호를 변조하도록 설정했다.
이런 서비스는 중국 등 외국에 기반을 둔 일부 보이스피싱 조직이 주로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발신번호에 인터넷전화 번호가 찍히면 광고·사기로 의심해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이씨는 경찰에서 "보이스피싱을 목적으로 이 앱을 만들어 서비스한 것은 아니고 외국에서도 전화를 편하게 하려고 개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씨가 제공한 앱은 보이스피싱 조직 활동에 실제 도움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앱으로 발신번호를 바꾼 인터넷전화 계정 3천228개 가운데 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연루된 계정의 정확한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다. 그러나 경찰은 대포폰 유통경로를 추적하던 중 일부 조직이 이 앱을 이용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께 입건된 통신대리점 대표 하모(41)씨는 대포폰에 이 앱을 설치하고 받은 인증번호를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에 온라인 메신저로 넘겨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도와준 혐의(사기방조)를 받았다.
해당 앱은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중고물품 거래 등 다른 사기범죄에도 쓰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오면 보이스피싱 등 범죄로 의심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관계 당국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