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이탈리아의 포퓰리즘 정당 오성운동이 11일(현지시간) 실시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패배할 이라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자체 1천여 곳의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 출구조사 결과, 제1야당인 오성운동 후보들이 시칠리아주 주도 팔레르모와 당 창립자 베페 그릴로의 고향인 제노바를 비롯한 여러 대도시에서 2차 투표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예측됐다.
총투표의 50%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나오지 않은 지자체는 2주 후인 오는 25일 상위 득표자 2명이 맞붙는 결선 투표를 치른다.
그러나 오성운동 후보들은 1차 투표에서 팔레르모와 제노바 모두에서 3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파르마와 베로나 등 다른 대도시에서도 고전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예측이 최종 확정되면 내년 봄 차기 총선에서 권력을 잡겠다는 오성운동의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지는 것이라고 FT는 분석했다.
오성운동은 지난해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는 로마와 토리노 등 주요 도시에서 시장을 배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코미디언 출신의 그릴로가 좌우 기성 정치권의 부패를 싸잡아 비난하며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은 집권 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천명한 데 이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도 고려하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집권 민주당과 오성운동의 지지율이 각각 30% 안팎으로 엇비슷하게 나타나 차기 총선에서 집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이에 이번 지방선거는 차기 총선 결과를 미리 가늠해볼 시험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출구조사에서 오성운동의 패배가 예고되자 최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反) 포퓰리즘' 기류에 막혀 이 정당이 최고점을 찍고 이제 내리막길로 들어선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가결 등을 필두로 유럽 각국에서는 기성체제에 반기를 들며 국수주의적 정책을 내건 포퓰리즘 정당의 돌풍이 거셌으나 최근 들어 프랑스 대선 등 주요 선거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며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탈리아에는 성장률 정체와 높은 실업률, 난민 위기 등의 문제가 상존하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 결과만을 두고 오성운동의 국수주의적 기조가 발휘했던 호소력이 수명을 다했다고 결론 내리기는 이르다고 FT는 지적했다.
또 오성운동의 부진은 짧은 역사 탓에 시장에 당선될만한 강력한 후보를 포함한 지역 정치인 네트워크가 광범위하지 못한 데도 원인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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