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지방선거에서 기성 정당 약진…오성운동 참패(종합)

입력 2017-06-12 21:43  

伊지방선거에서 기성 정당 약진…오성운동 참패(종합)

오성운동, 주요 도시서 결선투표 진출 무더기 불발

우파연합 주요 도시 24곳 중 13곳서 1위…좌파연합 선방 평가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기성 정당을 위협하던 이탈리아 제1야당 오성운동이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대신에 집권 민주당을 비롯한 중도좌파 정당 연합과 우파 정당 연합이 모처럼 유권자들의 선택을 양분했다.

12일 이탈리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1일 이탈리아 1천4 개 도시에서 일제히 진행된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오성운동은 제노바, 라퀼라, 팔레르모, 칸탄차로, 파르마, 베로나, 타란토 등 관심이 집중된 대도시에서 3위 또는 4위에 그치며 단 한 1명의 결선 투표 진출자도 배출하지 못하는 부진을 보였다.






수도 로마와 밀라노, 나폴리, 토리노 등 주요 도시가 작년 이맘때 지방선거를 이미 치른 터라 전국적인 관심도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이번 선거는 내년 봄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총선에 앞서 정치 지형을 미리 가늠해볼 시험대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탈리아 주요 정당들은 최근 독일식 비례 대표제와 의회 진입 하한선을 지지율 5%로 설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안에 합의함에 따라 이르면 오는 9월 조기 총선 관측에 힘이 실렸으나, 지난 주 하원 투표 과정에서 정당 간 이견이 분출되며 이 개정안이 최종 폐기돼 총선은 당초 예정대로 내년 봄에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선거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전진이탈리아,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극우 정당 북부동맹, 조르지아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이 연합한 우파 진영의 약진이 무엇보다 두드러졌다.

작년 지방 선거에서 분열로 인해 참패했던 우파 정당들은 올해는 연합체를 결성, 오랫동안 좌파 진영의 아성이던 리구리아의 주도 제노바를 비롯해 전통적으로 열세 지역이던 남부 칸탄차로와 타란토, 북부 베로나에 이르기까지 등 총 24개 주요 도시 가운데 13곳에서 소속 후보를 1위로 결선에 진출시켰다.

집권 민주당과 지난 2월 마테오 렌치 전 총리의 독선적 당 운영에 반발해 민주당에서 분당한 민주혁신당(MDP)이 손을 잡고 후보를 낸 중도좌파 진영은 팔레르모에서 시장 당선을 결정짓고, 소속 후보가 아브루초 주도 라퀼라에서 1위로 결선에 진출하는 등 24개 주요 도시 가운데 8곳에서 1위를 차지해 선전했다는 평가다.

오성운동은 청년 실업률이 60%에 육박하는 팔레르모에서는 모든 주민에게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기본 소득 공약을 내걸고 내심 선전을 기대했으나, 반(反) 마피아 검사 출신의 민주당 소속 레오루카 오를란도가 46%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하며 여섯 번째 연임을 결정지었다.

시칠리아의 주도 팔레르모는 득표율 50%를 넘겨야 하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1차 투표에서 1위 후보가 40% 이상의 표를 얻으면, 시장으로 확정된다.




파르마에서는 한때 오성운동의 대표 정치인이었다가 베페 그릴로 대표의 비민주적 당 운영에 반기를 들어 출당 조치된 페데리코 피차로티 현 파르마 시장이 무소속으로 나와 1위로 결선투표에 진출, 중도좌파 진영의 후보와 시장직 연임을 놓고 맞붙게 됐다.

이번 선거에서 총 225곳의 도시에서 후보를 낸 오성운동은 파르마에서 3%를 간신히 넘긴 미미한 지지율로 4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그릴로 대표의 고향인 제노바에서도 기존 좌우 진영에 크게 밀리며 3위에 그치는 수모를 당하는 등 주요 도시에서 극히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는 2009년 창당한 오성운동이 작년 이맘때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수도 로마와 북부의 부유한 산업도시 토리노 시장직을 거머쥐며 전국 정당으로 화려하게 발돋움한 것과 뚜렷이 대비되는 것이다.

오성운동은 30%를 넘나드는 지지율로 집권 민주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내년 봄 총선에서 사상 최초로 집권까지 넘보고 있으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제노바 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 내홍을 겪는 등 그동안 당 내부의 갈등이 드러나며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또한, 집권 능력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던 수도 로마에서 비르지니아 라지 시장이 인사 추문 등으로 고전하느라 쓰레기 난 등 도시의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 전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이번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비교적 좋은 평가를 받던 오성운동 소속 키아라 아펜디노 시장이 이끄는 토리노에서 지난 주 중심 광장에서 벌어진 테러 오인 소동으로 축구를 관람하던 시민 1천500여명이 다쳐 아펜디노 시장의 책임론이 불거진 것도 선거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선거 결과에 대해 마테오 렌치 민주당 대표는 "민주당이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결선투표에서도 후보들의 선전을 기대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그릴로 대표는 이에 대해 "성공과 실패는 우리 역사의 일부분으로, 중요한 것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번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밀라노 인근 파르차니카 등에서 오성운동이 승리한 것을 지적하며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가 점진적으로, 그러나 되돌릴 수 없이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그러나, 모든 언론이 오성운동이 곧 종말을 맞을 것처럼 흡족해하고, 자기 기만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유력 언론이 이날 지면과 방송 첫머리에서 일제히 오성운동의 지방 선거 참패를 대서특필한 것에 대한 불만이 묻어나는 발언이다.

한편,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작년 지방 선거보다 저조한 60.1%에 그쳤다. 시칠리아를 제외한 주요 도시 시장을 결정짓는 결선 투표는 2주 후인 오는 25일 진행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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