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국가 소망…혈세는 탐관오리 요트 아닌 학교·병원에 써야"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의 대표적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41)가 또 한동안 철창신세를 지게 됐다.
러시아 타스 통신,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나발니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반부패·반정부 시위 때문에 30일 구류 처분을 받았다.
나발니의 대변인인 키라 야르미슈는 모스크바 구역법원이 집회·시위법을 반복적으로 위반한 혐의를 나발니에게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변호인은 형량이 지나치게 무겁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러시아에서는 옛 소련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것을 기념하는 국경일('러시아의 날')인 지난 12일 수도 모스크바를 비롯해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전국 수십 개 도시에서 공무원들의 부패를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나발니는 이날 시위 참가를 위해 자신의 집에서 나오다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시위 전날 저녁 인터넷을 통해 시위 장소를 러시아 당국이 방해공작을 펼친 모스크바 시내 사하로프 대로가 아닌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옮길 것을 호소하는 등 시위를 직간접적으로 이끌었다.
또 시위 전 "나는 변화를 원하고,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싶다"며 "나는 우리의 세금이 (부패 정치인의) 요트나 궁전, 포도원보다는 도로나 학교, 병원을 정비하는 데 쓰였으면 한다"는 글을 올려 시위 참가를 독려하기도 했다.
이번 반부패 시위는 공무원들의 부패에 대한 시민 저항 운동으로 러시아 80여 개 도시에서 펼쳐진 지난 3월 말 시위에 뒤이은 것이다.
당시 나발니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국내 외에 대규모 부지, 고급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하고 있다는 부정 축재 보고서를 공개하며 시위를 촉발했고, 모스크바에서만 1만 명 이상이 참가해 1천 명 이상이 경찰에 연행됐다.
나발니도 경찰 체포에 불응하고,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조직한 혐의로 체포돼 보름 구류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두 달여 뒤인 이날 러시아 주요 도시에서 펼쳐진 시위에서는 1천500명 이상의 나발니 지지자들이 체포됐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정치적 체포를 감시하는 민간단체 OVD-인포는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각각 750명, 900명이 체포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내무부(경찰)는 5천 명과 3천500명이 각각 참가한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시위에서 150명과 500명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나발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출마와 당선이 확실시되는 내년 3월 대선에서 푸틴의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되는 야권 지도자다.
그는 정부의 견제와 언론의 외면을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돌파, 젊은 층으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나발니는 과거 지방정부 고문 재직 시절 횡령 사건에 대한 유죄판결(집행유예)로 법적으로 공직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는 정치적 판결이었다고 주장하며 유럽인권재판소 상소 등을 통해 출마 자격을 얻겠다고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나발니는 러시아 정부나 푸틴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에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된 지 오래다.
최근에 그는 모스크바에서 괴한으로부터 얼굴에 화학약물 공격을 받아 눈을 다치면서 스페인에서 수술대에 오르는 등 고초를 겪었다.
서방은 러시아 당국의 시위대 체포를 비난했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로운 시위자 수백명을 구금한 것을 강력히 비난한다"며 러시아에 "체포된 모든 평화적 시위 참가자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도 평화적 시위 가담자 석방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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