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제3의 '옥자' 나올 수 있다"…극장 상영 논란은 '진행형'

입력 2017-06-13 11:47   수정 2017-06-13 11:57

"제2, 제3의 '옥자' 나올 수 있다"…극장 상영 논란은 '진행형'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김희선 기자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가 국내에서 베일을 벗었지만, 극장 상영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3대 멀티플렉스가 넷플릭스 서비스와 극장 동시 개봉은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서울 대한극장 등 7개 개인극장은 전날부터 '옥자' 사전 예매에 들어갔다.

'옥자'가 멀티플렉스를 제외한 전국의 개인극장에서 개봉되는 선에서 이번 논란이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앞으로 제2, 제3의 '옥자'가 나올 경우 똑같은 논란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회에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상생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모두가 배급하고 싶었던 '옥자'"

'옥자'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느닷없이 불거진 것으로 보기 어렵다.

넷플릭스는 애초 '옥자'에 투자할 때부터 한국에서 극장 개봉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봉준호 감독은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최소한 미국, 영국, 한국에서 극장 개봉이 이뤄지고, 특히 한국에서는 폭넓게 개봉하기로 한다는 협의를 하고 (넷플릭스와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에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중대형 배급사들을 대상으로 '옥자' 배급을 위한 경쟁입찰을 벌였다.

이 입찰에는 CJ E&M를 비롯해 여러 배급사가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롯데시네마는 불참했다고 밝혔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당시에는 모든 배급사가 '옥자'를 배급하고 싶어 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고심 끝에 지난 3월 뉴를 배급사로 결정했다. 이때만 해도 극장 동시 개봉 이슈보다는 일정한 상영 기간을 두는 제한 상영 여부가 관심사였다.

김우택 뉴 총괄대표도 지난달 15일 기자회견에서 '옥자'의 극장 개봉 방침을 밝히면서 "일정 기간 제한을 두지 않고 상영하기로 했다"는 데 방점을 뒀다.

'옥자'가 흥행성과 작품성을 고루 갖춘 봉준호 감독의 신작인 데다 6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라는 점 등에서 극장 개봉에 낙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CGV 등 멀티플렉스는 "극장 동시 개봉은 영화계 기존 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이라며 보이콧을 선언했다.

CGV 관계자는 "같은 계열의 CJ E&M이 '옥자'의 배급사로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동시 개봉 불가 입장에는 변함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화 생태계 혼란" vs "극장 경쟁력 강화해야"

통상 극장 개봉용 영화는 2∼3주간의 홀드백 기간을 둔 뒤 인터넷TV나 주문형 비디오(VOD) 등 2차 판권시장에서 상영된다.

멀티플렉스는 극장 개봉과 넷플릭스 서비스가 동시에 이뤄질 경우 이런 영화 생태계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옥자'로 선례를 만들 경우 앞으로 제2, 제3의 '옥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것이다.

한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화제작인 '옥자'를 상영하면 극장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데도, 이를 거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한국의 영화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옥자'는 봉준호 감독이 만든 영화지만, 넷플릭스가 자체 유통을 위해 만든 미국 영화"라면서 "그런데도 한국 극장에 마치 선심 쓰듯이 상영관 배정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국내 가입자는 8만명 정도 수준이지만, 전 세계 190개국에서 1억 명 이상의 가입자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공룡 기업이다.

이 때문에 극장업계는 넷플릭스가 영향력을 확대하며 한국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CGV 관계자는 "넷플릭스의 파워를 보면 국내 멀티플렉스가 오히려 약자인 셈"이라며 "넷플릭스는 영화뿐만 아니라 방송 콘텐츠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어 향후 영화나 온라인 동영상, 방송시장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도 있는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멀티플렉스의 입장은 프랑스나 미국 극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프랑스극장협회는 이미 칸영화제에서 넷플릭스 영화의 경쟁 부문 초청에 반대했다.

미국 극장협회도 같은 이유로 '옥자'의 동시 개봉에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옥자'는 미국에서도 소수 상영관에서만 개봉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미 온라인과 모바일, IPTV 등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해진 상황에서 극장 선(先) 개봉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김형호 영화시장 분석가는 "이미 좌석 가격 차별화 등 영화시장 전통에 반하는 정책들을 펴 온 멀티플렉스들이 전통질서를 내세워 동시 개봉이 불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장지욱 영화평론가는 "영화의 생태계가 변하고, 수요자가 바뀌는 시대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면서 "국내 영상산업이 이에 더디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장 평론가는 "넷플릭스 역시 극장과 상생할 방안을 생각하고 먼저 논의했어야 하는데, 봉준호 작품임을 앞세워 시장질서를 한꺼번에 바꾸려는 것은 오류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당초 오리지널 넷플릭스 영화로 만든 만큼 극장에서 개봉하든, 안 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는 결과적으로 고도의 마케팅으로 인지도를 높인 넷플릭스의 완승"이라고 평가했다.

윤 평론가는 "앞으로 국내에서 투자받기 어려운 규모의 작품들이 넷플릭스의 자본으로 만들어지는 사례가 나오고, 온라인 배급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며 "극장들은 관객들이 극장 시스템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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