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신고 못 할걸' 수상한 골드바 옮겨주다 훔친 일당

입력 2017-06-1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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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난신고 못 할걸' 수상한 골드바 옮겨주다 훔친 일당

여행객 가장한 짐꾼 동원…공범끼리도 속여 3억 편취

홍콩서 사 인천 거쳐 일본에서 거래…영화같은 밀반입 작전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지난해 12월 홍콩에서 일본으로 은밀하게 운반되던 1㎏짜리 골드바 10개가 공항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골드바의 가격은 개당 5천만원으로, 총 5억원 상당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골드바를 운반해 주던 일당의 소행임을 확인한 뒤 운반 관리책과 이른바 '짐꾼'들을 검거했으나 핵심 인물들을 잡지 못해 사건을 미완으로 남길 뻔했다.

이를 의정부지검 형사1부(장기석 부장검사)가 넘겨받아 계속 수사하던 중 결정적인 제보를 받고 핵심 인물까지 모두 검거하면서 영화 같은 사건은 마무리됐다.


13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A(45)씨는 지난해 12월 초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된 최모(23)씨에게 골드바 16개를 홍콩에서 반출해 인천공항을 거쳐 일본 후쿠오카 공항까지 운반해 달라고 은밀하게 의뢰했다.

골드바를 국내로 들여오면 관세 3%, 부가세 10% 등 많은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이를 피해 일본으로 몰래 가져가 팔기로 했다. 세금이 5%에서 8%로 오른 일본에서는 몰래 반입된 골드바가 시세 차익이 커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국내에서 밀수는 10년 이상의 징역 또는 원가 2배 이상의 벌금을 물리는 등 엄한 처벌을 받지만 일본은 상습범이 아니면 과태료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 더욱이 탈세 목적이 아니면 1인당 골드바 2개까지 반입도 허용됐다.

또 홍콩은 자유무역지역이어서 골드바 반출이 용이하고 인천공항 면세구역에서 소지한 골드바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는 점도 A씨는 이용했다.

이렇게 운반된 골드바를 일본에서 팔면 1개당 400만원가량 차익이 남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경우 운반비 등을 제외하더라도 1개당 100만원씩 총 1천600만원이 남는 장사였다.

이를 알게 된 최씨의 친구 이모(23)씨는 이 골드바를 훔치자고 제안했다. 밀반입이기 때문에 A씨가 도난신고를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계획에 따라 환전 등에 능통한 동네 선배 주모(32)씨도 끌어들였다.

이들은 다시 대학생 등 평범한 남녀 8명을 일당 130만원에 짐꾼으로 모집했다.

짐꾼들은 일본 여행객으로 가장해 인천공항 면세구역까지 들어간 뒤 A씨의 대리인에게 1인당 골드바 2개씩을 받은 뒤 신발 안에 숨겼다.

비록 2개씩이지만 여러 명이 한꺼번에 골드바를 갖고 나가면 탈세 목적의 반입으로 의심받기 때문이며 시차를 두고 후쿠오카 공항을 빠져나갔다.

그러나 공항에서 대기하던 A씨의 또 다른 대리인은 짐꾼들이 보이지 않자 수상히 여겼고 짐꾼 8명 중 겨우 3명을 찾아 골드바 6개를 회수했지만 5명은 찾지 못했다.

A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공항에서 종적을 감췄던 짐꾼 5명과 짐꾼을 모집한 최씨를 국내에서 검거했다.

짐꾼 5명은 공항 인근 호텔에 있던 최씨에게 골드바를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조사과정에서 골드바를 팔려고 브로커에게 넘겼는데 그 뒤로 행방을 모른다고 진술하는 등 주씨와 이씨에 대해 함구했다.

경찰은 최씨와 짐꾼 2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나머지 짐꾼 6명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으나 이중 4명은 여행 가는 줄 알고 따라나섰다가 부탁을 받고 단순히 골드바를 갖고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처분됐다.

결국 경찰은 주씨와 이씨를 검거하지 못한 채 수사를 종결했고 지난 3월 23일 최씨는 징역 1년 6월, 짐꾼 4명은 징역 6월 또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골드바 10개는 결국 찾지 못했다.

검찰은 수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최씨는 선고 직후 교도소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졌고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수사를 중단하려 했으나 최씨의 아버지가 결정적인 제보를 해 왔다. 최씨의 휴대전화에 있던 주씨, 이씨와의 통화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이었다.

결국 검찰은 주씨와 이씨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검거해 구속한 뒤 지난 9일 재판에 넘겼다.

조사결과 최씨는 주씨가 미리 알려준 브로커에게 골드바를 넘겼으며 주씨는 일본에서 골드바를 팔아 3억3천만원을 챙기고도 최씨와 이씨에게 돈을 나눠주지 않고 잠적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의 핵심은 훔친 골드바를 일본에서 처분하는 것이었는데 주씨가 장물 판매와 불법 환전 등을 담당했다"며 "이번 사건은 수사권이 미치지 않는 국외 공항과 공항 면세구역에서 이뤄져 A씨는 처벌할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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