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아열대 물고기 26종 새로 등장…"수온상승이 원인"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지구 온난화로 우리 연근해 수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바다 생태계에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열대나 아열대에 사는 물고기들이 남해는 물론 동해와 서해에서도 자주 출현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정약전이 집필한 '자산어보'를 통해서도 이 같은 우리 바다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자산어보는 정약전이 1814년 유배생활을 하던 전남 신안군 흑산도 바다에 사는 물고기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자세하게 설명한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 생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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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112종이 기록돼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이 자산어보 집필 200주년을 기념해 1년간 흑산도 바다의 물고기를 조사해보니 자산어보에 기록되지 않은 26종이 등장했다.
이 가운데 당멸치, 일지말락쏠치, 샛돔, 독가시치, 바리밴댕이, 열동가리돔, 노랑촉수, 꼬치고기, 별넙치, 투라치, 동강연치 등 16종은 열대나 아열대에 서식하는 물고기다.
당멸치는 최대 120㎝까지 자라는 대형 어종으로 열대나 아열대 국가에서는 물고기 사료로 사용한다, 낚시 레저용으로도 인기 높은 어종이다.
2011년 부산과 광양에서 처음 채집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우리 바다에는 최근에야 등장했다.
몸길이가 최대 2m 70㎝에 이르는 투라치는 대표적인 아열대 어종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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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가시치는 대만,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기니, 호주에 주로 분포하는 열대성 어종이다.
도화망묵, 꺽저구, 깃비늘치, 민달고기 등 나머지 10종은 환경변화로 새로 출현했을 수 있지만 깊은 수심에 서식하는 특성 때문에 당시에는 잡을 수 없었거나 크기가 작아 상업적 가치가 떨어져 자산어보에 수록하지 않았을 개연성도 있다고 수산과학원은 14일 밝혔다.
200년 전에는 구경도 못 했던 열대와 아열대 어종들이 흑산도 바다에 자리를 잡은 것은 수온상승과 직접 연관이 있다.
1948년부터 2015년까지 우리 연안의 표층 수온은 1.11도 상승했다.
남해(0.91도)보다 동해(1.39도)와 서해(1.2도)의 상승 폭이 더 컸다.
최근 우리 연안의 수온은 여름철에 30도까지 치솟고 가을철에도 아열대 해역과 비슷한 23~24도를 유지하는 날이 많다.
정약전이 자산어보를 집필한 200년 전 흑산도 바다의 수온은 알 길이 없다.
우리나라가 현대적인 방법으로 연안과 근해의 수온을 체계적으로 관측하고 기록한 것은 1960년대부터이기 때문이다.
일제가 1921년부터 광복 전까지 우리 연안의 수온을 측정했지만 장소가 제한적인 데다 먼바다(근해)의 수온을 잰 기록은 아예 없다.
하지만 현재 자취를 감추다시피 한 명태, 준치 등 찬물에 사는 한류성 물고기가 다수 자산어보에 수록된 점으로 미뤄 지금보다는 훨씬 낮았을 것으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수산과학원은 기후예측모델을 역으로 활용해 100년 전 한반도 연근해 수온을 재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2년쯤 뒤에 결과가 나오면 정약전이 흑산도 바다의 물고기들을 꼼꼼하게 살피고 기록했던 시절의 수온에 몇 발짝 접근해 해양생태계 변화를 조금 더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산과학원 서영상 기후변화연구과장은 "우리 바다의 아열대화로 출현한 어종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조사를 통해 새로운 수산자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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