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기준으로 검증…청문과정 싫다며 고사한 분 많아"
김상조 임명장 수여하며 '낡은 가방'에 관심도…부인은 불참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현재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자질, 능력 등 정책적 지향을 검증하기보다 흠집내기식으로 하니 정말 좋은 분들이 특별한 흠이 없어도 인사청문회 과정이 싫다는 이유로 고사한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자리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런 것 때문에 더 폭넓은 인사를 하는 데 장애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김 위원장의 인사청문 보고서가 야당의 반대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을 비롯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고위 공직자 인사청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공직 임명에 대한 도덕적 기준과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사실이고 새 정부가 공직자 임명 시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지만 그런 검증 기준 때문에 모시고 싶은 분도 모시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은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어서 어렵겠지만 청문회가 끝나고 나면 청문회 개선 방향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서 실제로도 정말 좋은 인사였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청와대가 잘 뒷받침할 테니 소신껏 하고 싶었던 일을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청문회를 거치면서 받은 많은 질책과 격려가 공정거래위원장이란 자리에 걸린 무게를 나타낸다고 생각한다"며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해 한국경제의 활력을 살리겠다"고 대답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민주주의'니 '재벌개혁'이 절대로 기업 활동을 억압하거나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니다"라면서 "경제가 성장하려면 우리 경제를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대화를 하면서 김 위원장이 20년 가까이 가지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청문회 기간 화제가 된 낡은 가방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에는 나흘 전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때와 달리 김 위원장의 부인이 참석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청문회 기간 부인이 마음고생이 심해서 몸이 안 좋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담아 김 위원장의 아내에게 꽃다발을 배달해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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