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신호경 윤보람 기자 = 2013~2014년 르노삼성 'QM3'가 터를 닦고, 2015년 쌍용 '티볼리'가 크게 키운 국내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시장에 현대차[005380]가 뒤늦게 '코나'로 가세하면서, 향후 불꽃 튀는 혈전이 예상된다.
특히 최근 중국 등 해외시장 수출 감소와 만성적 내수 부진을 겪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로서는 그나마 성장 속도가 빠른 이 세그먼트(세부시장)에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과연 업계 수위 현대차의 진출이 숨은 수요를 끌어내 시장을 더 키울지, 아니면 자사 또는 경쟁사 준중형 모델 수요를 깎아 먹는 '제로섬' 게임이 될지, 기대와 우려 속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국내 소형SUV 시장 연 3배씩 쑥쑥…세계시장도 40%↑
최근 수년간 이처럼 업체들이 앞다퉈 소형 SUV를 내놓는 것은, 당연히 그만큼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소형 SUV 연도별 판매 규모는 ▲ 2013년 9천214대(쉐보레 트랙스 8천64대, 12월 출시 QM3 1천150대) ▲ 2014년 2만8천559대(QM3 1만8천191대, 트랙스 1만368대) ▲ 2015년 8만2천308대(티볼리 4만5천21대, QM3 2만4천560대, 트랙스 1만2천727대) ▲ 2016년 8만6천226대(티볼리 5만6천935대, QM3 1만5천301대, 트랙스 1만3천990대) 수준이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직전 연도의 3.1배, 2.9배까지 판매량이 뛰었다가, 지난해 들어 증가율(전년 대비)이 4.8%로 크게 떨어지며 성장이 일단 정체된 상태다.
세계 시장에서도 소형 SUV 시장은 아직 '블루 오션(경쟁이 심하지 않은 시장)'에 가깝다.
2010년 48만5천여 대였던 세계 소형 SUV 판매 대수는 6년만인 지난해 10배 가까운 463만7천여 대까지 불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도 13일 코나 발표 현장에서 "(소형 SUV를 포함) 글로벌 SUV 수요는 2010년 이후 7년 연속 늘었고, 연평균 20%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다"며 "특히 소형 SUV 시장은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글로벌 메이커(완성차업체)들도 속속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코나 '힘', 티볼리 '가격', QM3 '연비'…불꽃 경쟁 시작
현대차 코나의 등장으로 쌍용(티볼리)과 르노삼성(QM3), 쉐보레(트랙스)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았다지만, 재원과 브랜드 파워 등을 앞세워 현대차가 소형 SUV 시장에서 대대적 공세를 펼칠 경우 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현재 국내 소형 SUV 시장의 업체별 점유율을 대략 ▲ 쌍용(티볼리) 67%(월 약 5천 대 판매) ▲ 르노삼성(QM3) 20%(1천500대) ▲ 쉐보레(트랙스) 13%(1천 대)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1위 쌍용차[003620]는 일단 겉으로는 코나의 등장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며 애써 무심한 표정이다.
내부적으로 코나와 정면 대결하더라도 가격과 공간 등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예를 들어 가솔린 엔진 모델끼리 가격을 비교하면, 티볼리의 경우 1천811만 원부터, 코나는 이보다 84만 원 비싼 1천895만 원부터 시작된다.
티볼리의 전장(4천195㎜)과 전고(1천590㎜) 등 크기가 코나(4천165㎜·1천550㎜)를 앞서고, 적재공간(423ℓ)이 코나(360ℓ)보다 넓다는 점도 우위 요소다.
르노삼성의 경우 QM3가 이미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로서 품질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QM3가 세계적으로 소형 SUV '유행'을 일으킨 르노 '캡처'와 같은 모델로, 캡처는 2013년 출시 이후 4년 연속 유럽 동급 시장에서 독보적 1위 자리를 지켰다는 게 르노삼성의 설명이다.
특히 르노삼성은 QM3의 월등한 연비에 기대를 걸고 있다. QM3 디젤 엔진 모델의 연비는 17.3㎞/ℓ로 같은 디젤 코나(16.8)와 티볼리(14.7)를 앞선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앞으로 QM3의 인기 요인인 디자인, 연비뿐 아니라 주행성능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맞서 '새내기' 현대차는 코나가 강력한 파워트레인과 4륜구동 시스템, 멀티링크 서스펜션 등을 갖춰 주행성능이 동급 '최고' 수준이라는 점에 홍보와 마케팅의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코나 모델에는 최대 출력 177마력, 최대 토크(바퀴를 회전시키는 힘) 27.0kgf·m의 '1.6 가솔린 터보 GDi' 엔진과 최대 출력 136마력, 최대토크 30.6kgf·m의 '1.6 디젤' 엔진이 얹혔다. 디젤 엔진만 비교해도 티볼리(113마력)나 QM3(90마력)의 '힘'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소비자의 성별 등에 따라 선호가 갈릴 전망이다. 티볼리와 QM3가 풍부한 곡선 등으로 귀엽고 여성적 이미지가 강한 반면, 코나의 경우 직선이 강조된 남성 취향의 면모를 지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소형 SUV 시장 내 경쟁이 심해지더라도, '코나 효과'로 전체 시장 규모가 더 커지면 '윈-윈'도 가능하다는 낙관적 시각도 있다.
최종식 쌍용자동차 대표는 지난 7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4 렉스턴 시승식에 단기적으로 (티볼리) 판매에 영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소형 SUV 시장 규모가 커져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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