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집단기억력은 1주일"…워크숍서 자성론에 당진로 격론

입력 2017-06-13 23:06   수정 2017-06-13 23:51

"국민의당 집단기억력은 1주일"…워크숍서 자성론에 당진로 격론

"비상한 각오나 통렬한 자기성찰 찾기 어려워"…"대선때 4차 혁명 상식이었나"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호남에 가두면 집권 못해…당에 민주당과 합당주장도"

"중재자론은 기회주의, 새로운 꼭짓점 만들어야"…"인사문제에 관대하다"비판도

(서울·고성=연합뉴스) 강병철 설승은 기자 = 국민의당이 대선 패배 이후 13일 처음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한 전국 지역위원회 워크숍에서는 자성론이 분출하면서 당 진로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박주선 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동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회의원 29명을 포함, 21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 날 행사에서 김태일 당 혁신위원장이 '쓴소리'를 가장 먼저 꺼냈다. 다만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전 의원은 불참했다.

김 위원장은 강연에서 "여러분은 선거에 패배하고 어떤 자책과 통한을 나누고 계시냐"면서 "지금 비상한 각오나 선거 패배에 대한 통렬한 자기 성찰을 찾기가 어렵다"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이 2주일이라면 국민의당은 1주일도 안된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패배한 후 2013년 1월 열린 야권 토론회에 참석해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다"고 말했는데 이를 다시 거론하면서 국민의당을 비판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또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난 대선 캠페인과 관련, "청년들이 절절한 마음으로 헤매고 힘들게 사는 사람들이 처절할 정도로 절박한데 4차 산업혁명으로 갑시다는 말이 상식이었는지 저는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언주 의원도 "우리가 추구하는 길이 무엇인지, 제3의 길이나 정치혁명 등 안철수 후보가 보여주려고 했던 것을 우리가 다 못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경남의 한 지역위원장은 "대선 참패에 책임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비대위는 즐기는 위원회인지, 비상사태는 무엇이 문제인지, 언제 비상사태에 벗어날 것인지를 제시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수의 참석자는 "옳소"라면서 박수로 호응했다.

워크숍에서는 당 진로 문제를 놓고도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호남이 당의 존립 기반인 상황에서 전국정당으로 가기 위한 방안과 함께 당이 이념적 좌표나 국회에서의 위치를 어디로 설정할 것인지를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먼저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은 호남 지역성과 개혁성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면서 "호남 없는 개혁은 공허하고 개혁 없는 호남은 맹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내에서 중재자론이 나오는데 가운데 서면 되느냐. 기회주의자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삼각형 만들기(Triangulation)' 개념을 언급하면서 "중재자는 보조적 역할로 새로운 꼭짓점을 만들고 당을 위치시켜야 한다"면서 "정국을 주도해야 하는데 40석으로 주도가 안 되니 캐스팅보트라고 하는데 그건 정말 소극적 역할을 스스로 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도 "누구 편을 들어주고 조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책임 아래 국회를 이끄는 견인차가 돼야 한다"면서 "변화의 정치세력, '체인지 메이커'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의 한 지역위원장은 "우리를 호남에 가두면 당의 목표는 집권이 아니게 되며 호남을 극복할 수 없다면 어떤 개혁도 공허하고 당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지금 상태로 경기지사, 서울시장 등의 후보가 있겠느냐. 호남과 당을 일체화하면 우리 스스로 갇히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당 안에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당과 합당을 주장하는 분도 있고 바른정당과 연대·합당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다 존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충북의 한 지역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보수고 더불어민주당은 진보인데 우리당은 이를 뛰어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 수 있는지 정체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최저임금위에서 노총이 정부의 인상 가이드라인에 양보가 없다는 태도를 보인다고 하는데 그건 진보의 태도일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개혁적이고 바람한 것이냐"고 비판한 뒤 "진보와 보수가 아닌 새 길을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그러면서 "안철수가 지난 대선에서는 못했지만, 우리 모두 안철수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남의 지역위원장은 "개혁과 혁신의 목적이 설정돼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공허하다"면서 "구태의연한 싸움이 아닌 사랑싸움도 있는데 국민의당이 싸우지 않는 야당 모습을 보여 대단히 아쉽다"고 지적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 지역위원장은 그러면서 자당 몫 방송통신심의위원으로 내정했다가 당내 반발로 재논의 중인 고영신 한양대 특임교수와 관련, "고 교수를 포용력을 발휘해 다시 받아들이면 대단하다"면서 "우리당은 왜 이리 인사문제에 관대하냐"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워크숍이 시작되기 직전에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안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임명했으나 국민의당 투 톱은 "우려가 있지만 우리는 적극 반대는 아니었다"(박 비대위원장),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데 어떻게 문제 삼느냐"(김 원내대표)는 반응을 보이기도했다.

solec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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