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확장없다' 나토 약속 문서화하지 않은 고르바초프가 실수"
고르비 "나토 왕성한 확장은 푸틴 집권한 2000년 이후 이뤄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옛 소련권으로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확장에 대한 책임을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前) 소련 대통령에게 돌리는 발언을 한 데 대해 고르바초프가 발끈하고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방송 된 스톤과의 인터뷰에서 고르바초프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미국과 협상하면서 독일 통일 후 더 이상의 나토 동진(東進)은 없을 것이란 미국 측의 말만 믿고 그 발언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독일 통일과 동유럽에서의 소련군 철수 등의 문제가 논의될 당시 미국 정부 인사와 나토 사무총장 등은 나토의 동쪽 국경이 당시 동독의 동쪽 국경을 넘어 더 나아가지 않을 것이란 점에 소련이 확신을 가져도 좋다는 말을 했다"고 상기시켰다.
푸틴은 그러나 "이러한 발언이 문서로 만들어지지 않았으며 이는 고르바초프의 실수였다"면서 "정치에서는 모든 것을 문서화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문서화된 것들도 위반하는데 고르바초프는 그냥 (미국 측의) 말만 듣고 모든 것이 해결됐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제임스 베이커 전 미 국무장관이 1990년 통일 독일에 나토군 주둔을 허용할지를 고민하던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에게 "나토 관할지는 동쪽을 향해 1인치도 이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나토는 이후 이러한 약속을 어기고 확장을 계속했다고 비판해 왔다.
실제로 나토는 1999년에는 헝가리·폴란드·체코를, 2004년에는 발트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옛 소련권 7개국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며 옛 소련권으로 확장해 왔다.
푸틴 대통령의 비판적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고르바초프는 14일 자국 인테르팍스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반박에 나섰다.
그는 "(미국 측과 협상할) 당시에는 그런 문제(나토 확장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1991년 7월 전까지 존재했던 바르샤바조약기구(동구권 안보협력체) 회원국들은 그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토 확장은 내가 대통령에서 물러난 지 한참 뒤에 시작됐으며 (푸틴이 집권한) 2000년대부터 가장 왕성하게 이루어졌다"면서 나토 확장 책임을 푸틴 대통령에게 돌렸다.
고르바초프는 "(푸틴) 대통령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무엇보다 당시 국제안보에서 이루어진 성과를 잊어선 안 된다"면서 "제네바(스위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 몰타 등에서 역사적 미-소 정상회담이 열렸고, 이 회담들이 중거리핵전력조약(INF)·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I)·유럽재래식무기조약 등의 체결과 독일 통일, 냉전 조식을 위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자신의 공적을 강조했다.
서로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온 푸틴과 고르바초프가 공개적으로 상대를 비난하는 논쟁을 벌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오스카상 수상 경력의 스톤(71)은 지난 2년간 푸틴 대통령(64)을 10여 차례 만나 인터뷰했으며, 미국 케이블네트워크 '쇼타임'(Show time)은 12일부터 15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스톤의 푸틴 인터뷰를 내보낼 예정이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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